오늘 불현듯 갑자기 건담에 꽂혔다.
전담(전자담배) 말고 건담, GUNDAM.
뭐, 원래도 윙 시리즈부터 시드, 데스티니, 더블오 등등 즐겨 보기도 했고
초창기 0084 같은 조악한 퀄리티의 애니까지 좋아하는 매니아 수준은 아니었지만
꽤나 상당히 좋아하고 즐겨 본 애시청자는 맞는 듯... ㅎㅎ
오늘 오후에 갑자기 삘이 꽂혀
애니메이션 최근 시리즈인 RX-0 유니콘을 찾아서 전편을 다운로드한 것은 물론,
곧 PG까지는 아니더라도 MG 모델은 하나 사서 조립해 보게 될 듯.
이 일련의 일들의 시초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보면
언젠가 둘째 녀석이 선물로 받아온 레고 놀이상자에 섞여있던 MK-II 건담...
(아마 그 집 아빠께서 건프라 조립 취미가 있으셨던 듯...)
그 팔 다리 몸통 조각 조각을 레고처럼 조립해주다가 무심코 그 존재를 알려줬던 것.
그 이후 오늘, 마침내 애니메이션까지 보여주기 시작한 건 정말 오버였을까?
문득 과거 나 어릴 적 지금 둘째 나이 무렵부터 중학교 시절까지 근 10여 년간
거의 유일한 내 취미이자 특기였던 프라모델 조립 놀이가 생각났다.
그때 용어로는 "조립식 장난감 모델". 로봇에서부터 자동차, 총기류, 헬리콥터까지
참 다양한 종류들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그만큼 다양하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즘의 이 초 고퀄 건담류 모델에 가격이든 퀄리티든 감히 비할 수 있으랴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몹시 가난했었던 그 시절,
하찮은 물건이지만 우리 집안에 적잖이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사지 말라든가 못사준단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물론 내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지간하면 사서 손에 쥐고야 말았고
조립에 밤을 지새며 툭하면 커터칼에 손을 베고(그 어린 나이에!!)
본드에 손발이 들러붙는 사건을 벌이면서도 끝내 완성품을 쥐고 환호하던
그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물론 완성품조차 매우 엉성한 수준의 장난감이었다...)
그 때 그 조악했던 프라모델들에 비하면 요즘 건프라는 진짜 최첨단 정밀기계 수준.
(사실 위에 쓴 PG니 MG니 하는 용어도 오늘 알게 된 것. PG는 Perfect Grade로 거의 애니메이션 등장 모델 그대로 수준의 초 고 퀄리티, 1/60 크기.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움직이는 수준이라고. MG는 Master Grade, 1/100 크기로 PG보단 조금 떨어지는 적당한 고 퀄리티 수준, 가장 많이 팔리는 타입이라고...)
dalong.net, 1004gundam.co.kr...
순식간에 관련 사이트들을 섭렵하고서도
내 특유의 오랜 망설임과 긴긴 계산 덕에 아직 구매 버튼까지 누르진 않았지만
또 한동안/당분간 누를 일도 없겠지만,
이거 언제가 됐든 한번 사고 나면 둘째 녀석보다 내가 더 빠져들 듯 싶어 두렵다...
일단은 애니메이션으로 갈음해볼란다.
딱 바로 내 아버지 세대를 다루었다는 영화 "국제시장"은(안 봤다)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 뜬금없이 내게 이런 추억을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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