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뭐 꼭 요즘뿐이겠냐만) 또 40대 정년, 퇴직 등의 얘기가 많이 보인다.
예를 들면,
>> 참고: http://windy96.egloos.com/3495731
(아이디가 상당히 낯익은데, 이름은 낯설다. 내가 아는 사람일까?)
뭐 이런 블로그처럼.
사오정.
45세 정년이라는, IMF 이후 새로 생긴 신조어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꽤 오래된 개념으로
거의 정설처럼 굳어진 개념이기도 하다.
45세가 되면 누구나 다니던 회사에서 반강제/반자발적으로 졸업(?)을 하고
창업을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된다는 의미.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창업은 창업의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창업의 소질이란, 곧 오너의 자질이다. 작은 구멍가게든 중소기업 CEO든 간에
비전(Vision), 영업, 대인 관계, 용인술(用人術) 등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역량들이 있다.
이런 내용은 구글 검색만 좀 해봐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CEO의 필수 자질이라며 나오는 그 많은 얘기들은 대부분 "자기 계발"의 연장선.
뭐, 그렇겠지. 그런 얘기들만이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솔깃한 주제니까.
아무튼, 나 역시 그런 얘기들에 절반쯤은 공감하긴 한다.
CEO이건 아니건 그런 말들은 대부분 "좋은 말"이니까.
그러나 성공한 CEO들이 그것들 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는 바보다.
이 시대는 권력, 줄, 이면 협상(꼭 불법/탈법이 아니더라도) 같은 것을 배제하고는
결코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대부분 창업하는 경우들을 보면 비전과 영업 정도만 충족되면 도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대인 관계나 용인술 등 사람을 대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는데...
물론 사업을 하려면 명확한 목표와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할 수 있는 개인 사업이 아니라면
무엇보다도, 고객이든 동료 직원이든,
사람을 대하고 설득하고 끌고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다.
이것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은 절대 CEO를 해서는, 창업을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나는 CEO를 하면 안된다;;;)
대기업, 특히 IT 대기업에서 10여 년 일하다 못 버티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엔 나름 빠릿하고 야심차게 기술 연구 개발 실무를 맡아 일을 시작하지만
연차가 쌓일 수록 결국 대부분 관리 기술에만 특화된 인력이 되어 간다.
윗사람에게 보고 잘하는 기술, 아랫사람 부리고 일정/계획으로 쪼는 기술, 하청업체 쪼는 기술...
그러니 회사 나와서 할 것이 없을 수밖에.
그러니 늦은 나이에 인생 후반전을 바닥부터 다시 준비해야 할 수밖에.
그러니 대부분 치킨집, 피자집이나 차릴 수밖에.
이제 시대도 21세기가 된 지 어언 15년이나 됐는데
대기업도 관리 위주의 기술에서 벗어나 실무 경력을 쭉 쌓아가는 방향으로 바뀌면 안되나?
특히 IT는, 기술 개발 인력이 나이 들어 연차가 쌓이면 비용만 비싸지고 쓸모가 없어진다는
그 생각 자체가 괜한 편견 아닐까? 그 값이면 빠릿한 신입 두세 명 이상 쓸 수 있다고?
그건 10년 전 개념이고, 지금은 그런 신입 자체가 유입되지 않는 시대 아닌가?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수준의 하향 평준화에 경력 뻥튀기... 이게 현실 아닌가?
그걸 떠나서,
경력이 많이 쌓일 수록 특화되는 기술이 있지 않은가, 바로 빠른 분석과 판단 말이다.
척 보면 뭐가 문제인지, 또는 이게 될 지 안될 지 바로 판단이 가능한 그런...
어느 업계든 오랜 연륜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장인(匠人)"이 있게 마련이다.
IT 업계 역시 그런 장인이 많이 필요해지고 있는, 필요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다.
그만한 가치를 인정하고 지불해 주는 풍토만 된다면 장인은 저절로 생겨난다.
아니, 그 전에 근본적인 부분을 보자면,
대기업이 IT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문제 아닌가?
일감 몰아 주기,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내서 왼쪽 주머니로 돈 넣기. 한 마디로 재벌 재산 증식.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대기업이 IT 자회사를 유지할 이유가 뭔가?
IT 자회사로 이런저런 온갖 외부 사업에 주도적으로 손을 뻗으면서
단가 후려치기, 시장/기술 빼앗기, 과도한 하청/재하청, 그로 인한 장기적 3D 업종화...
이 나라의 IT 업계를 뿌리부터 썩게 만들어 고급 인력이 버텨나지 못하게 만든 원흉들, 아닌가?
우리나라도 이제 Microsoft, Facebook, Google 같은 자생적 IT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그런 토대 좀 만들어 지면 안되나?
21세기가 무르익어 가는 이 시대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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