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지금껏 별로 믿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

역사를 따지고 보면 태곳적 이래 늘 있는 개념이었고,

주로 바로 아랫 세대를 까기 위한 목적의 명명(命名)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신세대, X세대, 386세대, 88만원 세대, 297세대...


최근에는 시대를 흘러 오면서 그 명명의 목적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지만

변함 없는 것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도매금으로 일반화시켜 버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폭력적인 용어였다.


그 지점이 내가 동의하지 않는 주요 지점이었다.


비슷한 시대를 겪는 비슷한 나이 또래가 가지는 공통점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그것이 10년 단위로, 또는 5년 단위로 어떤 뚜렷한 경계선으로 나뉠 수 있는 것이던가?

그 경계선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세대는 그럼 뭐란 말인가? 박쥐 세대?

그것만 봐도 이미 말이 되지 않는 개념의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세대론과는 달리

최근, 아니, 10여 년 전부터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뚜렷하게 각인되는 세대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부동산과 관련한 세대론이다.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60년대 이전 세대, 그리고 60년대 세대, 그리고 그 이후 세대.


부동산 관련해서는 이렇게 세 세대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계선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70년대 이후 세대도 그 내부에 구분할 수 있는 경계선이 있긴 하겠지만

위 세 세대 구분에 비해 크게 뚜렷하게 차이 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건 내 주된 관심사도 아니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아, 한 가지 맹점은,

여기서도 역시 경계선에 걸친 애매한 세대는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구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중심에 놓고 따지고 보면 그게 그리 애매하지도 않은 것이,

자기의 물질적 존재 기반에 따라 어느 세대에 속하는지가 자연스럽게 결정되기 때문이겠다.




먼저, 60년대 이전 세대는... 요즘 개념상 "부모 세대"라는 이름으로 퉁칠 수 있는 세대가 되겠다.

이들이 성장하여 경제적으로 활동하던 1970~80년대까지는, 비록 군사 독재시절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가질 수 있었던 나름 "바람직했던" 시대.

크든 작든 집 한두 채 이상은 자연스럽게 소유할 수 있었으며 자식들에게 상속할 재산 목록 1호가 됐다.

그래서 비록 아랫 세대들을, 아랫 세대들이 자신들처럼 가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나눌 줄도 알고 아량도 부릴 줄 안다. 전반적으로 "유도리"가 있는 세대.


다음, 60년대 세대. 이들은 부동산 호황의 막차를 탄 세대다.

사회·정치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를 겪으며 20대를 보냈고,

이후 1990년대 중후반, 즉 30대까지는 국내외 전반적인 호황을 맞아 열심히 벌어 재산을 불릴 수 있었지만

곧바로 IMF 사태를 겪으며 자신들과 윗 세대의 조기 퇴직, 실직 등을 함께 겪어야 했던 세대.

그러나 그 이후 또다시 2000년대 중반까지 부동산 호황을 맞아 자산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세대.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한두 차례만 해도 수억 이상 차액을 챙길 수 있었던, 참으로 운이 좋았던 세대.

그러나 곧 끝 모르게 떨어지는 부동산 불황과 초장기(로 우려되는) 저성장 디플레이션 시대를 맞으면서

그 운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은 세대.

그러다 보니 비록 가지기는 했어도 언제 사라질 지, 언제 빼앗길 지 전전긍긍하는 것이 몸에 배어

윗 세대 만큼 많이 가지고 싶었지만 많이 가질 수는 없고,

벼랑 끝에 선 듯 아슬아슬 지키고 불리는데 급급한 이들에겐

윗 세대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도리"가 없다. 자신들은 기회를 잘 잡았고 운이 좋았던 것이다.

운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모든 것은 자기 할 나름.


마지막으로, 그 이후 세대. 이들은 시작부터 IMF로 극히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며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고

돈 좀 모아 부동산을 장만할 때가 되니 그 가격은 이미 하늘 끝까지 치솟은 상태.

그나마 이들 세대 중 운 좋은 앞자리 소수 세대는 무리해서 빚 내서 장만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곧 꺼진 부동산 거품에, 늘어가는 빚에 본전치기도 힘든 상황을 온 몸으로 겪어 나가고 있는 세대.

내 집은 있으되 내 집이 아닌, 내 집은 은행 집이요 나는 남의 집에 세 들어 이중 삼중으로 뜯기며 사는 세대.

그 이후는 말 그대로 88만원 세대. 아예 부동산 근처에는 언감생심 접근도 하기 어려운 세대.


이상,

부동산을 중심에 놓고 좀 어설프게 내 나름 그려본 세대론이다.




나는 이 중에서 60년대 세대가 가장 싫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10여 년 전부터 이집 저집 전세 월세 옮겨 다니며

직접적으로 겪고 부딪치는 집주인들 상당수가 바로 그들이라

가장 생생하게 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보면 "저러고 싶을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온다.

"있는 것들이 더한다"는 말은 바로 그들을 일컫는 듯 하다.


물론 이런 세대 구분보다 개개인의 성격·성향 차이가 더 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그 아랫 세대가 집주인인 경우는 본 적이 없고,

그 윗 세대는...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억척스러운 경우는 많이 봤지만

그렇게 온 정 다 떨어지게 벽보고 얘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은 단연코 없었다.

어찌 그리 하나 같은지.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 옳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각이 변하면 비록 정반대로 가게 되더라도 너무나 떳떳하다. 왜? 자신은 늘 옳으니까.




월세를 무려 50%나 올려 받으려는 "악덕" 집주인을 피해

여기 저기 알아본 집들의 같은 또래 세대(로 추정되는) 집주인들 대부분이

그에 못지 않게 당장 받을 월세 몇 푼에 집착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접하다 보니

욱 하는 기분이 들어 어줍잖은 장광설을 늘어놓아 봤다.


나 역시 전·월세 살고 있는 세입자이지만

빈털털이 하우스 푸어로서 전세 세입자를 받고 있는 집주인 입장이기도 한데

내 집 세입자에게 그런 가혹한 짓, 한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아니,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부동산 버블, 꺼질 때가 됐다.

내 비록 경제에 문외한인데다 부동산 시장도 모르지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대충 안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금리는 제로 금리에, 전세는 폭등하고, 그나마도 월세로 전환...

앞으로 집값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면 은행 대출에 전·월세 보증금에... 빚더미에 앉아 있는 집주인들,

어떻게 할까? 월세로 전환하고 월세를 올리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결국은 집을 팔아야겠지.

우리 집주인처럼 그렇다고 한번에 월세를 50%씩 올리면 누가 그 집에서 살려고 할까?

세입자가 빠져나가기만 하고 새로 들어 오질 않으면 월세를 내려야 할 텐데

월세를 내리면 생활이 될까? 애초에 월세를 올린 이유가 뭔데? 결국 그렇게 가도 집을 팔아야겠지.

올리더라도 10%, 20% 이렇게 단계적으로 올려야지. 스스로 발목 잡는 멍청한 집주인.




노후자금이라고?

당신들 노후자금을 왜 온전히 세입자에게서, 왜 아랫 세대들에게서 갈취하려는 건가?

왜 물가 오르고 세금 오른 것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건가?

세입자는 봉인가? 당신들의 고통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면 세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가?

이런 악순환, 정상적인 것인가?


아니, 그 전에,

소득 신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부동산 임대 소득, 그걸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어이, 바로 당신 말야.




에이. C8.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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