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에서 무슨 일 해?"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엊그제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가는 길에 문득 던진 질문이다.
주말에까지 출근해서 일하고 오는 아빠가 하는 일이 뭔지 나름 궁금했던 모양이다.
순간, 수없이 많은 개념들과 수만 가지 언어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지만
적절하게, 쉽고 명료하게 할 수 있는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7살인 둘째 녀석이 던진 질문이었으면 두루뭉술하게 할 대답이 많았으리라...
"으...응... 그게...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답이네? 하하하..."
회사가 이름도 생소한 듣보잡 IT 중소기업인데다 - 이름만 듣고는 '속옷회사'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회사가 부끄럽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 하는 일도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관계에 따라 "갑"사의 지시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을 늘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세상과 회사에 대해 어중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초딩 3학년 아이에게
적절한 표현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답변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리라...
"IT"가 뭔지, "개발"이 뭔지 아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아이에게
"17년차 IT 개발자"가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내가 소속된 회사의 직업군이 IT 개발회사니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한단다"
라고 간단하고 무성의하게 대답할 수도 있었을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인가?
개발 프로젝트에 차출(?)되어 파견을 나가 있긴 하지만 개발은 아주 부수적인 군더더기 임무일 뿐,
AA(Application Architect)라는 타이틀에 따라 주로 맡은 임무인 아키텍처링(Architecturing) 또는,
프로젝트 진행 정도에 따라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나 테스트(Unit test / Integration test)에 더 가까운
임무를 하고 있다 보니(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개발"도 하고 있긴 하다)
뭐라 표현할 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른바 네임드 전문직들은 어린 아이의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참 편리할 것 같다.
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뿐만 아니라 구멍가게, 편의점, 자동차 수리점 같은 자영업도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이건 간에 초딩 3학년 수준에서는 아주 쉽고 간명한 용어로 이해시킬 수 있는 직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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