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 1시에 어마어마한 전투가 벌어졌다.
총 참여 유저(계정) 250여 명, 본 전투 참여 유저 229명. 적/아 합계 총 병력 8억 6천만.
사실 아군 7억 7천만에 적군 9천만.
이런 쨉도 안되는 비율로 맞붙어 싸운 것이다 보니 "대첩"이란 이름을 붙이기에 좀 민망하긴 해도...
개인 성 하나에 7억이 넘는 병력이 단 시간에 모인 것 자체가 이미 상식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일이니
그냥 "대첩"이라 이름 붙여도 무방하겠다.
이름하여 1군단 방어대첩!
(전투가 벌어진 성 이름이 "1군단"이었고, 아군 입장에서 "방어전"이었던 관계로 그렇게 명명해 봤다.)
예상보다 적 연합군(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일부)의 전투 참여 병력수가 많이 부족하긴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말이다.
밤 12시부터 1시 사이에 서버 렉이 너무 극심해져서 접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가까이에 있던 적들은 아마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 해도 일부 유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규 병력 위주, 그리고 일부 부대만 참여한 것을 보면
아마도 몸을 사렸거나, 패배할 것을 이미 전투 전부터 예상한 것 같다는 느낌?
일단 부대수는 그럭저럭 적지 않게 온 것 같은데
병력수를 보면 영 형편없이 적게 왔음을 알 수 있다.
적게는 1/5 (투석기)에서 많게는 1/10 (궁병)밖에 되지 않으니... 한 방에 전멸할 수밖에.
첫 페이지에 가장 많이 보낸 적 병력이 8백만 수준이고,
두 페이지를 넘기 무섭게(11명째) 2백만도 안되는 병력인 것을 보면
대부분의 적군들이 병력을 보내다 말았거나 일부만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아군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대부분 8~9부대 이상, 즉 올인(All-In)한 것에 비하면
적들은 전투에 임하는 투지도, 열정도 약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
아, 그런데,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내 부캐 성으로 쳐들어와서 내 전 병력과 함께 공멸한 인도네시아 애들도 꽤 보인다.
그때 나랑 같이 폭망했으니 병력 수준도 지금 나와 비슷할 듯? 걔네들은 이번에 또 올인해서 다 날려 먹은 셈인가?
Queen Arina, Zee, aLthaf, Ono paing, invicible 뭐 이런 애들...
아군은 이만큼(16페이지, 78명째) 내려와서야 겨우 2백만 아래로 떨어진다.
병력수의 차이가 곧 승패의 차이였음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내용.
지난 전투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잃은 내 계정들도 비로소 여기까지 내려와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4계정 합계 4백만. 쯧쯧... 언제 첫 페이지에 이름이 올라가 볼 수 있으려나...?
올인 참여를 부탁했던 부캐 동맹원 계정도 이쯤 내려오니 한 둘 보이는데
피해가 전무한 것으로 보아 궁/기 위주로 지원했음을 알 수 있다.
하긴 거리가 거리다 보니 보병이나 투석기로 지원하려면 3시간 전부터는 지원 준비를 하고 계속 신경을 써야 했으니
궁/기 지원에 비하면 어려운 일이고... 내 자신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여기까지 무려 229계정 전투 참여 목록 끝.
(앞뒤로 드문드문 갖다 들이박은 잔여 전투들은 일일이 붙여넣기 번거로워서 생략했다.
이 메인 전투 앞뒤로 벌어진 사소한 전투들까지 다 합하면 대략 30회 이상은 되는 듯...)
이번 대 전투로 다시 깨닫게 된 것은,
통합되어 약간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던 게임 서버가 여전히 터무니없이 엉터리라는 점이다.
서버가 느려지고 심한 렉 현상이 생기는 것 자체는 접속자가 많아서 그런다 쳐도...
이런 실시간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투 구현 알고리즘에 있어서도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형편없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좀 심각한 듯.
(따져보면 서버 렉 현상도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 겨우 300여 명 접속했다고 이러는 게 말이 되나?
서버가 무슨 쌍팔년도 PC급인가? 21세기 게임 서버 수준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
12시를 넘어서부터 동일 시간대에 한 번밖에 벌어질 수 없는 전투 로그가 중복해서 계속 올라오고
심지어 본 전투인 1시 정각 전투는 무려 10번에 걸쳐 로그가 찍혀서 나왔다.
대부분 내용은 중복이었지만 전혀 다른 부대 구성으로 전혀 다른 결과로 찍힌 로그도 여러 개.
공격자야 도착한 시간대가 달라서 조금씩 다르게 로그가 찍힐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미 도착한 지 오래된 방어자 병력 구성이 들쭉날쭉 제각각 전투를 치른 현상은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동시다발적 버그 현상"으로 벌어진 각 전투가, 예전과는 달리 다행히 어찌어찌 각각 별개로 계산되도록 패치되어
이전 전투 결과가 이후 전투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예전에는 이런 전투 중복 버그가 생기면 같은 병력으로 연달아 여러 번 전투를 한 것 같은 결과가 나와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쪽은 병력수 고정, 다른 한쪽은 이전 전투 결과로 남은 병력으로 다시 전투 시작. 그러니 말도 안되는 결과가...)
어쨌든,
나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전투의 규모에 서버도 점점 더 몸살을 앓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고,
개인적으로는 상대적인 병력 숫자 차이... 내 병력의 비루함에 살짝 기분이 묘해지는 경험이었다.
내 병력들은 전투에 있으나 없으나 전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는 위축감, 또는 조금 언짢은 느낌?
병력, 빨리 복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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