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차를 빌려탄다.

SUV, 그 중에서도 쏘렌토를 선호해서(아내의 취향이다...) 좀 비싸지만 안전(?)한 느낌으로 타고 다닌다.

 

이번에 아버지 생신차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어 지난 번 차를 빌린 업체에 직접 연락해서 다시 쏘렌토를 3일 예약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하는 얘기가, 쏘렌토가 점검 들어가서 안되겠다고...

그 대신 최신형 싼타페를 같은 조건으로 빌려주겠단다!!? 땡큐지 뭐...

 

차를 받고 보니 "디 올 뉴 싼타페 MX5"라는 거창한 이름의 신차로 작년 9월에 출고되어 아직 9,000km 정도밖에 안뛴 진짜 새차였다.

 

 

전 후방 LED(?) 등 생긴 모양이 H ----- H라 뼈다귀를 (누군가는 한솥도시락을) 연상시키는... 좀 쌩뚱맞은 느낌이긴 한데,

그것 빼고는 진짜, 다 좋았다. 살짝 각진 깍두기형의 외형도 나름 괜찮았고, 넓은 내부에, 최첨단 시스템까지...

 

사실 자율주행차가 아니라도 요즘 신차들은 거의 컴퓨터/AI 기반의 반자동 보조 시스템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자동차를 운전한다기보다는 컴퓨터를 운전하는 느낌...?

 

 

계기판도 뭔가 컴퓨터 모니터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세련되고, 네비게이션도 적당히 빠르고 쉽게 만들어져 있어서 별도 네비게이션을 사용할 필요 없이 훌륭했다.

 

 

AUTO HOLD, AUTO STOP 같은 최신(?) 기능은 처음 써보는지라 뭔가 했는데... 별 건 없었다.

DRIVE MODE에도 NORMAL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긴 했는데, 괜히 위험부담을 가질 수는 없으니 관심 껐고.

 

고속 주행 중에 진동이나 소음도 쏘렌토에 비해 훨씬 적고 좋았다.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었는데...

 

문제는,

120km 정도 달리고 한번 휴게소에서 쉰 뒤 다시 100여 km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제한속도 110km/h의 중부내륙고속도로. 100~110km/h 속도로 잘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 어? 이거 왜 이러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갑자기 계기판에 이상한 경고창이 떠 있고 악셀이 전혀 동작하지 않는 것이었다. 100km/h에서 빠르게 속도가 줄어들어 금방 60km/h까지 내려가고... 2차로로 달리고 있다가 어찌어찌 당황하면서도 3차로로 내려서긴 했는데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상황! 다행히 바로 근처에 휴게소가 있어 곧바로 들어가서 주차를 하긴 했지만 정말이지 십년감수했다!!!

(계기판을 자세히 보니 자동차 그림(차로 안전 표시등)이 노란색, 그리고 "AUTO HOLD"도 노란색, 경고창에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점검하십시오"라는 글이 떠 있었다.)

 

급발진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휴게소에 주차한 후에 휴대폰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그 중 아래 글이 가장 도움이 되는 글이었는데...

 

디 올 뉴 싼타페 MX5 계기판 메뉴, 차로 유지, 이탈 방지 보조 사용법 (carmanager2024.com)

 

디 올 뉴 싼타페 MX5 계기판 메뉴, 차로 유지, 이탈 방지 보조 사용법

디 올 뉴 싼타페 MX5의 클러스터(계기판)에서 다양한 정보를 볼수 있는 '메뉴 버튼' 사용법과 장거리 운행의 필수 기능인 '차로 유지 조향 보조' 기능, '차로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의 사용법을 아주

carmanager2024.com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는 것.

 

"가까운 현대 블루핸즈나 직영 하이테크 센터에서 점검을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게 뭐냐고...

3일짜리 단기렌트카란 말이다!

그것도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 있단 말이다!!

어쩌라고!!!

 

렌트카 업체에 연락해서 하소연했더니 휘발유차에 경유를 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부터 했다.

휘발유 잘 넣었다고! 영수증까지 찍어서 보내주고서야 의심을 지울 수 있었다.

결국... 현대차 서비스를 부르란다. ㅆㅂ

 

여기저기 대여섯 차례 전화를 돌리면서 똑같은 상황 설명을 반복한 끝에 긴급출동 서비스가 오기로 했다... 20분 뒤에.

 

그리고 20분 뒤.

출동한 엔지니어(겁나 남자답게 잘생기심)님이 잠시 점검하더니... 이건 방법이 없단다.

컴퓨터로 따지면 프로그램 실행 중에 비정상 종료 내지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이테크 센터에 입고시켜서 정밀점검을 받아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수도 있거나 없거나 수준일거라고.


그러면서 엔진 관련 시스템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어서 업그레이드를 일단 적용해 보긴 하겠지만

현재 유일한 방법은 껐다가 켜는 방법뿐이라고...

시동을 껐다가 3분쯤 뒤에 다시 켜면 컴퓨터 재부팅처럼 초기화가 되니 괜찮을 거라고...

 

이 상황에서 또 같은 현상이 생기면 무서워서 어찌 운전을 하냐고, 어째야 좋겠냐고 하니... 자기도 방법이 없단다.

견인차를 불러야 할 지, 어째야 할 지 한참 고민을 했다. 견인을 하고 나면 우리는 뭘 타고 목적지까지 가지?

렌트카 업체에서 다른 차를 빌려준다 쳐도 한두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엔지니어 본인이라면 어찌 하시겠냐고 물으니,

응급조치 방법만 숙지하고 있으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닐 수도 있고,

별 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니 본인이면 직접 다시 운전을 하겠다고...

3, 4차로에서 천천히 운전하다가 증상이 생기면 쉼터나 갓길에 세우고 재부팅을 하겠다고...

 

그래서 우리도 역시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같은 증상이 생기지 않길 빌면서... 100km 달릴 때마다 한번씩 휴게소에서 재부팅을 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결국 그 이후에 반납할 때까지 동일한 증상은 생기지 않았다.

불안불안 긴장하면서 타긴 했지만 다행히 끝까지 별 이상은 없었다.

 

 

 

결론.

최신형 자동차는... 특히 현대차를 모는 것은 왠지 마루타/몰모트가 되어 시험운전을 하게 되는 기분이다.

다행히 우리는 사고없이 끝났지만... 최신형 신차는 어째 역시 좀 불안하다는 느낌.

다음부터는 1~2년 이상 검증되고 문제 패치까지 충분히 된 차를 타야겠다는 결심.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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