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 그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별로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누군지 사실 잘 몰랐다.
오늘 보니, 알 것 같다.

대구 - 고려대 - 기독교(아마도 소망교회?), 이 정도만 해도 쥐박이의 단짝이라는 사실을 절로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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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inmul.co.kr/xroz/sub_read.html?uid=2168§ion=section18

 

구본홍: 그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최을영  


  
사랑과 불륜 사이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때는 2003년 3월 노무현 정권 초기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고문을 맡은 바 있던 서동구를 KBS 사장에 선임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난리가 났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라는 것이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에서도 이를 비판했다. 결국 서동구는 사장에 오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자진 사퇴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KBS가 아니라 YTN이었다. 2008년 5월 29일 YTN 이사회는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을 YTN 사장으로 추천했다. 4월부터 흘러나오던 구본홍 사장 내정설이 사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단지 그가 MBC 보도본부장이기만 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선거캠프의 언론특보였다는 사실이다.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이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선임된 것은 노무현 정권 초기 서동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였다.

 

그러나 2003년 3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외치며 서동구의 KBS 사장 임명을 강하게 비판했던 한나라당은 그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언론특보였다는 사실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전문성이라는 것이었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전문성을 무기로 들고 나왔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은 YTN 노조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말했다. YTN 이사회에 항의할 일을 정부에 한다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 YTN을 민영화하겠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2003년 당시 서동구의 KBS 사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던 조중동은 2008년 7월 17일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임명을 날치기로 처리한 것을 두고 겨우 다섯 문장 이내로 보도할 뿐이었다. 2008년 7월 18일자 조선일보는 2면에 다섯 문장으로, 동아일보는 2면에 세 문장으로, 중앙일보는 2면에 두 문장으로 구본홍의 사장 선임 사실만 간단하게 보도했다. 그래서일까. 구본홍은 아직 YTN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2003년과 2008년의 서로 다른 행태를 보며 이 말이 떠올랐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사랑과 불륜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크다는 것, 새삼스레 깨닫는다.


 

점입가경
 
YTN 사태가 해를 넘길 모양이다. 2008년 5월 29일 구본홍이 YTN 이사회의 결정으로 사장으로 내정된 뒤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 노조)의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은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YTN 노조의 주장은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이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뉴스 전문채널 YTN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해 보이는 논리다. 2003년의 경우만 놓고 보자면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2003년과 2008년의 차이는 컸다. 5월 29일 YTN 이사회에서 구본홍을 사장으로 내정한 소식을 알리는 신문들의 차이는 극명했다. 조중동은 모두 이 사실을 단신 처리했고, 심지어 동아일보는 구본홍이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다는 사실조차 적시하지 않았다.

 

구본홍의 YTN 입성기는 이런 힘(?)을 등에 업고 이뤄졌다. 2008년 7월 17일,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은 사장으로 선임됐다. 200여 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YTN 노조원들의 총회장 진입을 막은 상태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본홍의 사장 선임 안건은 40여 초 만에 통과됐다. 주주들의 동의 절차는 생략됐고, 용역업체 직원들 때문에 일부 주주가 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대통령 측근이 운영하는 YTN 뉴스를 앞으로 누가 믿겠느냐"며 "오늘 주총은 정권이 정치적으로 YTN을 학살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1)

 

그러나 구본홍은 이명박 선거캠프의 언론특보이기 때문에 YTN 사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30년 동안 공영방송의 기자로 살아왔다. …… 공영방송을 책임진 활동과 경영을 해본 경험을 살려 앞으로 YTN을 아시아와 세계 모든 곳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뉴스채널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2) 이에 대해 YTN 노조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자 모 방송사 부사장직까지 내던지고 정치판에 뛰어든 이가 공정방송을 위하겠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3)

 

YTN 노조에서는 구본홍의 사장 선임에 반발해 구본홍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게 된다. 구본홍은 인사권을 휘두르며 노조의 반발을 억누른다. 징계성 인사가 시작되었고, 10월 6일에는 전·현직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6명을 해고하는 등 총 33명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했다. 점입가경이었다. 언론 관련 단체에서는 크게 반발했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직 YTN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심에는 구본홍이 있다. 여기저기서 그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뉴스 보수화의 책임자?
 
구본홍은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그는 MBC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하며 정치부장과 경영본부장,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선배이기도 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1년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을 준비 중이던 통일국민당에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던 이명박이 구본홍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구본홍은 기자이다. 2000년에 구본홍은 관훈클럽 총무에 선출된 뒤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는 간접적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타진받기도 했지만 거절했다며 "정치에 관심 있는 기자가 정당을 출입한다면 정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기자의 본령을 버리고 정치권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후배들에게 이런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기자의 생명은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기자는 무덤에 갈 때까지,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필명을 남기며 기사를 쓰겠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라고.4)

 

그러나 구본홍은 이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2007년 그는 이명박 선거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 그가 기자가 아니라 CTS(기독교TV) 부사장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부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이명박 대선캠프에 참여하고 있었다. 후에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대선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는 부사장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대선캠프에 발을 들인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의 윤정식 기자는 「기자수첩: 현직 언론인들의 '뻔뻔한' 캠프 참여」란 기사를 통해 구본홍과 관련한 일화를 이렇게 소개한 바 있다.


"본지는 지난 15일 MBC 보도본부장 출신의 CTS의 구본홍 부사장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구 부사장은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CTS 직원들의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보도를 하지 않으면 캠프와 관련한 특종 거리도 많이 제공하겠다'는 감언이설도 잊지 않았다. 선거철을 맞은 정치부 기자에게 캠프 중진의 정보 제공 약속은 솔깃할 수밖에 없음을 노린 베테랑 기자의 유혹이었다. 하지만 구 부사장의 캠프 참여 보도는 통화 한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기사화됐다."5)


"베테랑 기자의 유혹"이란 말이 와 닿는다. 그는 당시에도 현직 언론인이었고, 베테랑 기자답게 일종의 거래도 제안했다. 관훈클럽 총무가 된 뒤 가진 인터뷰 내용과, '베테랑 기자'로서 이명박 대선캠프에 참여한 뒤 말한 내용 사이의 간극, 참 크다.

 

2004년 11월 MBC은 안팎으로부터 뉴스 보도가 보수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11월 17일 『언론노보』는 칼럼을 통해 "최근 MBC 뉴스는 보수화를 넘어 수구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고, 11월 23일 MBC 기자 전용 게시판인 '광장'에 보도부문 노동조합 전임자 11명이 MBC 뉴스가 보수화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문순 보도제작국 <시사매거진 2580>팀 부장, 이유호 보도제작국 부국장 등이 참여한 이날 성명에서 이들은 "MBC 뉴스는 MBC 뉴스의 정체성으로 인식됐던 민주 지향적 개혁성을 홀대한 지 오래"라며 "이는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 없이 항상 아랫목과 양지만을 지향해온 인사들이 보도 방향과 인사를 좌지우지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6) 이에 대해 MBC의 한 간부는 "사장과 구본홍 보도본부장 등 과거 군사정권 때부터 요직을 유지해온 사람들이 물러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평했다.7) 구본홍 보도본부장은 이긍희 사장과 함께 MBC "뉴스 보수화의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았다.8)

 

2005년 2월 MBC 사장 후보로 응모했다가 떨어진 후 구본홍은 그해 8월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그리고 CTS 부사장으로 재임하다가 2007년 7월 이명박 대선캠프에 들어갔고, 2008년 7월 YTN 사장으로 선임되기에 이른다.


 
낙하산, 그 끝은…
 
YTN 사장이 된 후 열린 첫 국정감사 자리에서 구본홍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났던 사실에 대해 말을 뒤집은 것과, YTN 사장이 되기도 전에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며 판공비를 과도하게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YTN 노조에서는 '구본홍이 YTN 사장일 수 없는 열여덟 가지 이유'라는 성명을 발표해 이 점을 비판했다.9) 

 

구본홍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그리고 YTN 노조는 바로 그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왜 낙하산을 저지해야 할까? 정권과 '프렌들리'한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온다면, 그 조직은 정권과 '프렌들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조직이 언론사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KBS 사장이 이병순으로 바뀐 뒤 KBS 뉴스에 이명박 대통령 관련 뉴스가 매일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KBS 시청자위원회의 지적을 귀기울여볼 만하다. 2008년 10월 17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 보도·스포츠분과 시청자위원들은 "최근 경제위기 속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겠지만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결여된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하듯이 매일같이 보도하는 것은 과거 '땡전뉴스'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10월 2일 이 대통령 팬클럽인 '명사랑' 정기택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기사는 메인 뉴스에서 제외돼 친정부적 보도태도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도 지적했다.10)

 

드러낼 것은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은 드러내는 것. 우리는 이를 흔히 왜곡이라 말한다. 그 왜곡은 낙하산이 언론계에 침투했을 때 일어날 가능성 크다. 이것이 언론계에 낙하산이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을영
(이 글은 월간 <인물과사상> 2009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 주 |---------------
1) 김동훈, 「와이티엔 '날치기 주총' 이후」, 『한겨레』, 2008년 7월 18일, 5면.
2) 김수정, 「구본홍 "기우에 불과하다"」, 『미디어오늘』, 2008년 7월 18일(인터넷판).
3) 김수정, 「구본홍 때문에 'YTN 안 보기 운동'」, 『미디어오늘』, 2008년 7월 18일(인터넷판).
4) 김성완, 「인터뷰-신임 관훈클럽 총무 구본홍 MBC해설위원 : "신문과 방송 조화로운 발전"」, 『미디어오늘』, 2000년 1월 27일(인터넷판).
5) 윤정식, 「기자수첩: 현직 언론인들의 '뻔뻔한' 캠프 참여」, 『미디어오늘』, 2007년 6월 27일(인터넷판).
6) 손원제, 「"MBC 뉴스 시대역행·반개혁" 안팎 비난」, 『한겨레』, 2004년 11월 25일, 33면.
7) 손원제, 「"MBC 뉴스 시대역행·반개혁" 안팎 비난」, 『한겨레』, 2004년 11월 25일, 33면.
8) 손원제, 「MBC 뉴스 보수화 논란 제2라운드」, 『한겨레』, 2004년 12월 9일, 33면.
9) 김수정, 「구본홍이 YTN 사장일 수 없는 18가지 이유」,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12일(인터넷판).
10) 조현호, 「"KBS뉴스, 땡전뉴스 기우 아니다"」,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17일(인터넷판).  
  
2008/12/18 [14:39] ⓒ인물과사상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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