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 황금가지 (2012.06)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김수영 옮김


- "일본 추리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13계단>의 다카노 가즈아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최신작. '인류보다 진화한 새로운 생물'의 출현에서 비롯한 인류 종말의 위협과 이를 둘러싼 음모를 추리 스릴러와 SF 기법을 통해 풀어나간 작품으로서, 한국 유학생의 활약과 한국의 '정'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 등 한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특히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그릇된 사고를 비판적 시각으로 그려내어 일본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200여 독자 서평 중 거의 대부분이 '재미있으나 작품에 담긴 반일 사고가 불편하다', '관동대지진이나 난징대학살에 대한 언급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등 저자의 역사관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유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과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던 작가는 출간 당시 가도가와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대학살)를 작품에서 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역사 논쟁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본 최대 도서상인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 등 주요 상 등을 휩쓸며 현재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알라딘 책 소개글)


- 책 소개글과는 달리 일본의 과거 조선인이나 중국인 학살에 대한 고찰이나 반성, 뭐 그런 내용은 거의 없거나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넘어간다. 사실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이런 걸로 독자를 꼬이려고 하는 건 좀 치사한 수법이다. 내용으로 꼬셔야지! ㅉㅉ


- 주요 등장인물 및 개념: 번즈, 조너선 예거, 나이젤 피어스, 고가 겐토, 이정훈, 하이즈먼, 아키리, 에마,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폐경증), 동맥혈 산소포화도, 기프트(제약 프로그램)


- 한국인 유학생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점에서는 일본 작가의 소설 치고는 좀 특이하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스토리 텔링.


- 인류의 진화와 그 가능성, 그리고 현 인류의 폭력성에 대해 신선한 영감을 준 좋은 소설이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미국 대통령을 피해망상증 환자처럼 그린 것이 비현실적이면서도 나름 현실감 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꼭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 진화한 인류의 모습을 마치 과거 사진이 공개된 외계인 사체처럼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고 눈이 고양이 눈처럼 길고 큰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데, 외계인으로 알려졌던 그 사진 속의 생물이 실제 진화된 인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실 세계에서 배척받고 그 존재가 말살되어 온.


- 책 곳곳에 오타가 제법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건 아마 번역 후 교정 절차의 문제였을 것 같고, 그와 조금 다른 맥락에서 너무 일본식 번역체가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번역한 사람의 한국어 실력에 의문을 가질 만한 대목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최저한"이라는 표현은 일부 학술 논문에서 있어 보이는 한자 표기용으로 쓰는 외에 한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최소한"이지. 또, "장해물"이란 표현도 마찬가지. "장애물"이지. 이런 식의 번역체가 많아서 거슬리는 점이 좀 있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굉장히 흥미진진한, 재미있는 소설이다.


- 내용 상 흐름에 큰 영향은 없지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 나름 소소하지만 심각한 오류가 몇 군데 있었다. 예를 들면 271페이지부터 언급되는 하이즈먼 보고서의 핵 위협 부분 중에서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의 위력이 15메가톤급으로, 예전 히로시마 원폭(16킬로톤)의 1000배라고 해 놓고, 그 이후에 등장하는 대기권 내 해마다 7회 정도씩 발생하는 작은 천체 폭발의 위력과 비슷하다는 나가사키 원폭 위력을 2000킬로톤이라고 했는데, 실제 나가사키 원폭의 위력은 21킬로톤이었다. 원문 수치의 오류이거나 번역 과정에서 잘못 입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컴퓨터 암호화 이야기를 하면서 "단방향 암호화"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번역이 잘못 되었거나 아니면 잘못된 지식에 기초한 것으로, 단방향 암호화는 일명 "해시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손실 압축방식이기 때문에 복호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RSA 알고리즘은 단방향 암호화가 아닐 뿐더러 아무리 지능이 "신"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공개키, 개인키로부터 원래의 소수를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인수 분해의 "획기적인" 원리를 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책에서처럼 4096비트 이상의 키가 사용된다면 슈퍼컴퓨터 수십 만 대 이상이 합쳐진 수준의 연산 속도가 아니라면 단시간에 풀어낼 방법 자체가 없다. 무작위 또는 순차 대입(Brute-Force) 방법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능력있는 유명 작가가 되려면 정말 피곤할 것 같다. 이 책만 해도 주된 소재이자 이야기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화학-유기합성에서부터 컴퓨터/암호화, 항공기, 언어/윤리 등 다양한 방면에 해박한 지식(비록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더라도)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정말 대단하다. 작가가 원래 제약화학 전공 출신이 아니었나 의심할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 그 모든 것이 다 수많은 사람 인터뷰 및 책을 보고 상상해서 쓴 거라니. 나로선 엄두도 못낼 일이다.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