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의 아이들 - 데모닉 1~8 (제우미디어 2003, 개정판: 카카오페이지 2018)

- 전민희 지음

- "<세월의 돌>, <룬의 아이들-윈터러>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전민희의 신작 판타지소설. 주인공 데모닉 조슈아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악마적일 정도의 천재성이다. 나이를 훌쩍 뛰어난 판단력과 지능, 예술적 재능 등.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에 잠재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가문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을 때 조슈아는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 뒤, 잠시 물러나 작은할아버지 댁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조슈아는 자신의 소년다움을 일깨워주고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친구 막시민을 만나게 되는데..." (책 소개 글)

- "악마란 놈이,
어린애가 태어나는 순간 귓전에 비밀스런 말을 속삭이고는 검은 입김을 훅 불어넣는다는 거야.

그러면 그 조그마한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고,
한 살도 되기 전에 글을 읽고,
다섯 살이 되면 손에 잡히는 책마다 통째로 외워버리게 된단 거지.

그것뿐이 아니고말고.

손에 잡히는 악기를 단번에 연주하고,
시인들처럼 시를 써대고,
화가들처럼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천사도 눈을 내리깔고 지나갈 정도로 잘나빠진 얼굴도 갖게 된다니까.

악마가 맨 처음 귓가에 속삭여 줬던 비밀의 말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이상,
녀석의 운명은 그 새까맣고 꼬리 달린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이지.

아, 좋은 것만 잔뜩 줬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이봐, 악마가 선물만 주고 그냥 가는 존재일 리가 있겠나……." (책 소개 글2)

- 주요 등장인물/배경: 조슈아 폰 아르님(조군, 막스 카르디), 막시민 리프크네(막군), 클라리체 데 아브릴(리체), 켈스니티 미드(켈스), 히스파니에, 이브노아, 테오스티드 다 모로(테오), 란지에 로란크란츠, 지스카르 드 나탕송, 아나로즈 티카람, 이카본 폰 아르님, 루시안 칼츠, 보리스 진네만, 켈티카, 비취반지성, 페리윙클섬, 노을섬, 약속의 사람들, 네냐플, 샐러리맨, 미의 극치호(비행선?), 아노마라드, 하이아칸, 칼라이소, 쥬스피앙, 티치엘, 애니스탄 뵐프, 인형, 복제인형

- 전민희 룬의 아이들 연대기(?) 중 2부작. 전민희 판타지 시리즈를 읽은 지 십 몇 년 만에 다시 정주행하고 있다. "세월의 돌"을 다시 읽었고, 다음으로는 룬의 아이들 1부 "윈터러"에 이어 2부 "데모닉" 개정판까지 정독 완료. 사실 책은 이미 절판된지 오랜지고 카X오페이지에 "개정판"을 다시 연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쟁여뒀던 문화상품권 녹여서 팍팍 결제해서 봤다. 원래 PDA시절부터 e북으로 책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내겐 요즘의 이런 트렌드가 나쁘지 않다. 간혹 e북으로 안나오는 책들이 오히려 골치...

- 전민희 판타지는 예전엔 여성작가답게 아름답고 디테일한 장면 묘사나 심리 묘사가 많은 것은 좋은데, "지나칠 정도로" 많고 장황해서 시원시원하게 읽어 내려가기 꽤 어려웠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웬 걸? 개정판이라 좀 달라진 걸 수도 있겠지만 대단하다. 진짜 재밌다. "세월의 돌"이야 초창기 습작 수준이라 치고 그 이후 작품들은 정말이지 놀랍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 만화처럼 판타지/장르소설이 폄하되는 이 나라 문화만 아니었으면 진짜 "대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 싶을... 너무 나갔나? ㅋ 어떤 면에서는 김혜린의 "테르미도르""북해의 별" 같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순정만화 느낌도.

- 각 단락마다 앞부분에 꼭 들어가는 시(?)나 짧은 산문(?)들이... 처음엔 그럭저럭 읽혔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영 맥락도 찾기 어렵고 잘 나가다 뜬금없이 글이 끊어지는 느낌이 강해서 책 읽는데 방해가 많이 되었다. 단, 해당 부분만 따로 모아서 시집이나 산문집 같은 거 만들어서 해설과 함께 곁들이면 별도의 작품도 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뛰어난 글들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듯. 책 읽으면서 간파하지 못했던 것을 알아 나가는(?) 새로운 재미도 있을 것 같고.

- 전민희 특징이겠지만, 풀이나 꽃 이름, 옷감이나 옷 장식 이름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다른 독자들은 저런 것들을 다 알고 읽을까, 하는 의구심. 장면 묘사, 등장인물, 배경 묘사 등에 그런 디테일이 너무 강하다 보니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대체 어떤 장면을 연상하고 저렇게 묘사한 것일까 싶을 만큼. 린넨, 프릴, 벨벳... 뭐 이런 장식 표현은 수도 없이 나오는데, 대체 뭘 얘기하는지 알 도리가... ㄷㄷ (여성 독자들은 바로바로 다 이해하는걸까?) 남자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세월의 돌 이후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십 대 소녀풍의 장황하고 수다스러운 점은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 독자들은 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남성 독자들 입장에서는 오그라드는 대목이 곳곳에...

- 이 작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조군, 막군의 종횡무진 대륙 여행 스토리". 리체까지 끼면 과거 이카본 맹약의 친구들과 대비되고, 리체를 빼면 루시안/보리스 친구 쌍과 대비되고, 조군/리체는 또 어찌 보면 보리스/이솔렛과 비슷한 관계 같기도 하고, 조군/칼스는 보리스/앤디미온과 비슷한 관계에, 조군(막군)/히스파니에는 보리스/나우플리온과 비슷한 관계. 책 마다 비슷비슷한 관계의 사람들이 나오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재밌다.

- 아나로즈 티카람 첫 등장 씬에서 발치부터 차차 올라가며 마지막 머리까지 묘사하는데... 여러 페이지에 걸쳐 감질나게 아주 천천히 넘어간다. 등장씬을 팍팍 넘어가고 묘사는 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은데, 갑자기 사람? 귀신?이 나타났는데 발부터 천~~~~천히 올라가며 감상할 정신인가? 싶었다. 그런 대목이 전체적으로 여러 군데.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호흡을 놓치게 만드는, 별로 좋지 않은 글쓰기 습관...?!

- 데모닉에서는 슈퍼컴퓨터 저리가라 할 만한 천재적 기억력/사고력을 가진 "데모닉"을 표현하려다 보니 중간중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넘기거나, 굉장히 어려운 형이상학, 그 이상의 난해한 심리 묘사나 감정 표현 같은 것들을 별 해설도 없이 막 쓰고 넘어가는 대목들이 여러 군데 나오는데(작가로서도 한계가 있겠지...), 카카오페이지의 장점이 여기서 등장한다. 바로 댓글. 독자들이 그런 부분을 친절하게 추리하고 해설하면서 잘 모르고 읽은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남겨주고 있다. 종이책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는 이북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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