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 카카오페이지 (2016.06 ~ 현재)
- 구로수번 지음
- "나는 고수지망생이었다. 무공에 입문한지 45년째. 강호에서 내 경지는 잘 쳐줘야 이류 일류의 경지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허름한 초막에서 육합검법이나 수련하는 신세. “재능 없는 놈은 죽으란 말이냐? 그럼 죽겠다. 죽고 나서 또 다시 도전해주겠다. 세상을 죽여 버릴 때까지!” 구로수번 퓨전무협 장편소설" (작품소개 글)
- 초초장편(현재 69권째 연재중ㄷㄷ)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잘 구성했고 글도 매편마다 맛깔나게 잘 지어내지만 사실상 그게 전부. 그 누가 판타지 웹소설 나부랭이를 무슨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읽겠냐만, 그저 심심풀이 오징어땅콩 삼아 읽기에도 너무 길고 지치게 되는 소설. 단,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됨에도 의외로 지루하진 않다, 신기하게도. 책 장수 늘리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뜬금없는 "부먹/찍먹" 류의 말장난 에피소드들도 꽤 많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고.
- 비록 카카오페이지이긴 해도 정식으로 출판되었으니, 대충 인터넷 게시판에 싸지르기 식으로 쓴 글도 아니면서 최소한의 "퇴고" 조차도 제대로 안하는 건지 수많은 비문과 오타가 심히 거슬리는 최고봉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되레(도리어)"를 "되려(되긴 뭐가 돼?)"로 잘못 쓰는 매우 나쁜 글쓰기 버릇은 19권쯤에서 갑자기 웬일로 고쳐지나 했는데 바로 다시 도루묵... 잘 모르겠으면 "도리어"나 "오히려"로 쓰면 될 것을 꼭 "되려"라고 틀리게 쓴다. "되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오타들도 심각한 수준. 너무 자주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어린 독자(가만 보다 보니 독자들 대부분 10대~20대인 듯... 생각들이 참 어리고도 어린...)들이 그게 맞는 용법인 줄 알고 똑같이 따라할까 무서울 정도. 너무나도 많지만 최근 본 대목에서 하나만 콕 짚어 보자면, "욕지기(토악질이 치밀어 오르는 기분)". 그 원래 뜻을 몰라서 '욕설을 막 하고싶은 기분(=욕지거리)'이라는 전혀 생뚱맞은 의미로 지조때로제멋대로 바꿔쓰는 어휘력 수준을 보면 정말로 좀 많이 한심하다 싶은... 다만 끊임없이 글을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생산해 내는 그의 무거운 엉덩이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떡밥 회수 능력/의지는 그런대로 높이 살 만 하다.
- 오타도 오타지만, 글 내용 상 가장 큰 문제점을 들자면... 망량, 진소청, 이광 등을 부를 때의 호칭이 참 초딩스럽고 개판이라는 점. 아무리 크툴루라는 서양판 말세 판타지 세계 설정이 중심이더라도 16~17세기 중국이 주요 배경인데다 소림 무당 내공이며 검기, 검염, 검강 등의 무공 구현 등등 중국 무협의 형식을 기반으로 삼기로 했으면 중국식 예절이나 화법이 기본이 되어야 할진대 무슨 LA 뒷골목 양아치 스토리도 아니고 ㅉㅉㅉ... 영웅문 시리즈나 중국 영화에서처럼 "아형", "아제" 식의 전통 중국식 호칭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사와 주군 관계에서 백웅, 망량 하며 세 살 먹은 애들 같이 이름만 막 부르는 것도, 스승·제자·사형·사제 관계에서조차 쌩짜로 이름을 막 부르는 것도, 자식(용중일) 앞에서 아비(용비천), 그것도 나이 많은 노인 이름을 싸가지없이 대놓고 막 부르는 것도 너무나 어색하고 초딩스럽다. 존댓말 따윈 없는 뉴욕에서도 그랬다가는 양싸대기 불 날 수준. 설정 상 주인공이 소시오패스에 싸이코패스거나 또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캐릭터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비록 중국어가 우리말처럼 토씨 하나까지 문장 전체에 걸쳐 존칭이 철철 넘쳐 흐르는 예의바른 언어는 아니지만, 유교 문화권의 본좌 언어인 만큼 기본 호칭에서만큼은 존칭/비칭이 확실히 있다. 그런 중국에서 전생해가며 수백년을 살았다면서 주인공은 정신적·사회적으로 전혀 성장하지 않는, 최소한의 예의도, 싸가지도, 개념도, 심지어 재능도 없는 최악의 인성을 가진 초중딩 캐릭터로 시종일관 그려진다. 그러면서 주위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을 협의와 대의를 가진 큰(?) 인물로 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지, 앞뒤도 안맞고 어이가 없을 따름. "이재용 당신 말야, 가만보니 이건희보다 더 돈 많이 벌겠는데?" 이제 갓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새끼가 이 말을 쉰 살도 넘은 이재용에게 칭찬삼아(진짜로) 했다 치자. 이재용은 과연 이 말을 칭찬으로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당신 또한 소시오패스이자 싸이코패스다, 99.9퍼. 작가 당신 말이야.
- 작가가 중심 스토리 설정으로 차용한 러브크래프트 크툴루 신화는... 말하자면 천하제일무술대회, 사이어인, 18호, 크리링, 베지터, 프리더, 천계, 신계, 마인 부우, '정신과 시간의 방' 같은 것들을 정통 중국 무협에 등장시키는 것과 완전히 같은 맥락이다. 적당히 써먹고 잘 버무리면 독특한 재미의 요소가 되겠지만 이 소설의 경우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의존적이거나 과한 설정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비등'(알하자드의 램프) 같이 지금껏 별 이상없이 잘만 쓰던 것들도 재조정을 위해(?) 뜬금없이 능력치를 떨구든가 장애/협박(?)요소를 집어넣는 식으로 '너프'시키는 소설적 장치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드래곤볼 마냥 스케일이 커지다 커지다 커지다 못해 급기야 무협 세계 범위는 애시당초 넘었고 끝없이 더 강한 캐릭터들, 심지어 우주적 신적 파워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온다. 그것도 하나같이 징그러운 촉수괴물들로. 23권(현재까지 읽은 권 수)까지도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인데 앞으로는 더더더 황당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겠지... 이쯤되면 황당무계 상상초월. 더 안봐도 꽝!
- 게다가 설상가상 크툴루니 아자토스니 니알라토텝이니 크툴루빠 독자들의 쓸데없는 TMI 설명 댓글에, 스포일러 찍찍 날려가며 아는 척 해대는 쓰레기 독자들이 아주 분위기 초를 치고 망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겠지만... 전생/회귀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눈물겹지만 다채로운 성장 드라마가 안쓰러우면서도(?) 끌리고 재미있어서 보는 거지,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러브크래프트 따위 삼류 허접 연관 소설들까지 찾아 읽어봐야 이해 가능한 시나리오라면 빠른 손절이 답. 말하자면 중국 무협을 읽는데 주인공인 손오공이 알고 봤더니 원래 카카로트라는 외계 사이어인이며 사악한 원수로 등장하는 베지터가 나중에 알고보면 손오공의 형님이자 나중에는 동료가 되어 활약하는 역할이라는 다른 작품 내 설정을 독자가 대체 알 필요가 있냔 말이다. 작품 내에서 나오는 설정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써야 하는 것이 작가의 기본이자 의무지, 그걸 작중에서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는 작품이라면 더 읽을 가치가 없는 수준 낮은 쓰레기일 뿐. 다른 소설 끼워팔기 외판원도 아니고... 짜증.
- 무엇보다 초반에는 무협이며 12살짜리 아이의 반복 성장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봤지만, 갈수록 펼쳐지는 스토리며 설정들이 어설프고 허무맹랑한 것은 둘째 치고, 내 취향에 너무너무 안맞다. 황당한 것도 무협까지가 딱이지 천계 대라신선들 대거 등장하고 도(道)니 태허(太虛)니 무무명이니 하는 작가 본인조차 이해못할 용어들 주워섬길 때 이미 김이 팍 샜고, 신계에 외계, 외신까지 나오기 시작하니 나로서는 이미 그만 볼 때가 지나도 많이 지났다는 얘기가 되겠다... 23권까지는 수 만원씩 결제해가며 어찌어찌 잘 읽었는데 급 현타가 와서 결제를 중지하고 하루 한 편 "기다무"로만 간신히 보는 둥 마는 둥. 아직 "기다무"가 있어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이 작품에 앞으로 두번 다시 결제할 일은 없을 듯 싶다. 아주 돈독이 단단히 올랐는지 총 69권도 넘긴 지금도 하루 한편씩 꾸준히 써 올리는 걸 보면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이제 더 읽어 줄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돈 충분히 벌었겠지만 그간 몇푼 기부한 셈 치지 뭐.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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