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또 딴지거는 글을 쓰려다 보니, 내가 왜 이럴까, 싶다.

국어에 섞어 쓰는 영어-혹은 외국어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스스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것도 누군가는 그릇된 민족주의라고 할까.

 

레시피.

 

요즘들어 엄청나게 많이 쓰이고 들리는 용어다. 주로 요리와 관계된 곳에서만 한정해서 쓰이긴 하지만 요리가 일상생활에 너무 가깝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들리고 요즘은 영화 제목에다가 각종 포스터에도 버젓이 "레시피"라는 말이 쓰인다.


 

 

보다시피 그냥 "요리법"이나 "조리법"이지 뭐 별 다른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 쓰던 요리법, 조리법을 왜 안쓰고 레시피라는 어중간한, 국적불명의 말을 쓰게 됐을까. 내가 볼 때는 딱 한가지 이유 뿐이다. 있어 보이려고.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볼 때는 없어 보인다. 되레 겉멋만 부리고 실속 없음을 은연 중에 나타내는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 뉴스-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단다.

그래. 뭐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센터-center-中心. 이 용어는 정말 동양 문화권에서 광범위하게 다양한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맞다. 대만에 갔더니 여기저기 온통 중심이었다. 한국에서 센터라는 말을 쓰는 것과 똑같이.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다. 좌우지간.

 

그러나 이 "센터"는 정말로 불분명한 용어이다. "센타깐다"라는 용어(은어)로 처음 접하면서 익숙해진 용어. 그 때 말하는 그 "센타"가 무엇인지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다. 애시당초 정확한 지칭이 아니니 당연할 수밖에. 사람 몸에 있는 여러 부위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혹은 사람이 들고 다니는 물건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 이후 어디든 갖다 붙이기만 하면 다 통용되는 만능 용어로 스스로 발전해왔다. 요즘은 중고등학교 "가방 검사"를 일컫는 용어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해진 것인지 급기야 국가 공식 용어에도 넣는단다.

 

그러나, 과연 언론에서 밝히듯, 이 "센터"가 우리에서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면 갑자가 동사무소가 주민들에게 친근해진다고 믿는 것일까. 동사무소가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하지 않은것이 과연 "동사무소"라는 용어 때문이었단 말인가? 아아... 언어도단이고 본말전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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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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