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모태로부터 몸 담았고 한 때 성직까지 도모했었으며 대학 때는 성경과 신학, 사회교리에 골몰했고, 급기야 연합체에서 선출직 임원 감투까지 쓰며 맹렬히 활동했던 내가 교회로부터 육체적/정신적으로 거의 떠나게 된 것은 15년 전, 그러니까... 지난 '98년 여름.


교회의 심각한 보수화라든가 인민의 아편이라든가 하는 무슨 거창한 이념이나 정치/사회적 이유라기보다, 웃기게도, "신이 나를 버렸다"는 지극히 기복적이며 개인적인 분개심 또는 어설픈 치기가 결정적 이유였다. 빗길 추돌사고가 났던 그 여름 서울행 고속버스의 그 많던 사람들 대부분이 찰과상이나 경상만 입고 멀쩡했던데에 반해 나만 중상을 입고 입원하게 된 것. 내가 남들에 비해 무슨 죄를 얼마나 더 많이 지었길래? 그것도 하필 교회관련 행사차 가던 길에?? 이 ㅆㅂ! 이러면서...


이후 가끔 강요에 의해, 또는 결혼이나 장례 등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들른 일 말고는 관심이나 발길 자체를 끊으려 했었다. 때문에 이전 내 생활의 거의 전부나 다름 없었던 과거-학교/동아리/교회-와 심각한 단절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 방황의 시작. 그리고 오늘까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내가 아는 한, 시대의 버팀목이자 교회의 보수화를 늦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버팀목, 그리고 교회를 가장 교회답게 만드는 이 시대의 진정한 등불. 빛과 소금. 내가 아직도 완전히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존경해 마지 않는 숭고하고 거룩한 조직.


이미 20년도 훨씬 더 이전 군사-문민독재 정권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그들에 대한 빨갱이 도장찍기가 2013년 오늘 다시 저 오만/무례, 부패하기 그지없으며 끝간 데 없는 "니불내로" 신공을 펼쳐대는 막장 정권과 도적 정치집단 새누리에 의해 다시 자행되려 하고 있다.


반신반인이라며 숭배/찬양하고 아부하는, 진정 본분을 망각한 저 몰상식 종교행위는 괜찮고 권장할 일이며, 정권에 반대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인가? "종교인의 본분"과 "종교 본연의 업무"가 설마 부정부패 권력, 반민주 독재 권력을 옹호하는 "정치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란 말인가?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 부정한 일을 바로잡아 원래 있어야 할 것들을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무너져가는 상식을 복원하는 일이, 낮고 억압받는 억울한 이들을 위한 일이, 어찌 종교 본연의 업무가 아니란 말인가? "천주교 사회교리"를 들어는 봤을까? 어따대고 "본분"이니 "본연의 업무" 같은 소리를 지껄인단 말인가?


말세는 말세다. 뒤집힐 노릇이다... 진짜 뒤집어 엎어야 할 듯...


아 참, 난 지금 종교를 떠난 상태지? 내가 무슨 소릴 한거지? 독실한 교인들께 죄송... 응?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