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 : 문학과 지성사 (1999-12) (읽음: 2000-08-27 01:13:54 PM)

- 신광영 

 

- "이 책은 오늘날 중요한 신화 가운데 하나인 동아시아 사회 변동에 관한 책이다. 지난 수년 간 동아시아에 관한 무수한 책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이 외국 학자들에 의해서 씌어진 것이어서 동아시아는 외국 학자들 눈을 통하여 대변되고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의 역사는 이들 학자들의 이론이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시켜주기 위한 사례로 이용되면서 일방적으로 왜곡되고, 편의주의적으로 해석되면서 동아시아 신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신화들이 국내 학자들에 의해서 소개되고 받아들여지면서, 신화는 현실을 규정하는 현실적인 권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승만이 부활되고, 박정희가 부활되고, 봉건적 권위주의 문화가 부활되고 있다. 

신화는 세 가지다. 첫째는 국가 신화다. 권위주의 발전 국가 덕택에 경제가 성장하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권위주의 국가의 비열한 독재자들이 경제를 성장시킨 영웅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를 막론하고 정치적 자유가 억압당하여도 경제만 잘 되면 된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군사 독재를 지지해왔다. 이것은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고는 역설적으로 단기간에 소련 경제를 서방과 대등하게 만든 스탈린의 경제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했던 극좌파의 논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둘째는 "아시아적 가치" 신화다. 이는 아시아 사회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가 경제 성장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유교자본주의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것은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같은 독재자들에 의해서 제기되어서 사회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 서구적 가치에 대한 아시아 보수 정치인들의 정치적 반발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는 학자들에 의해서 마치 동아시아 문화 담론처럼 전파되었다. 동아시아의 근대화가 지니고 있는 반동적 근대화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없는 상태에서 제시된 아시아적 가치론은 정치한 학술적 논의로 전개될 수 없었다. 대신에 이제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되는 특수한 견해로만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적 가치론은 나치즘처럼 경제 성장을 이룬 후진국의 열등감을 보상하고, 자존심을 되살리는 수구적 이데올로기로 언제든지 다시 부활될 수 있다. 
셋째는 세계화 신화다. 이는 각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긴밀하게 통합되고, 정보화가 진전되어 전세계가 시공간적으로 통합되면서 경제가 더욱 성장하고 사람들은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소망 사고 - wishful thinking||^에 기초하고 있다. 기존의 지역간 불균등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보화와 세계화가 논의되고 있다. 냉엄한 현실로 존재하는 세계 체계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과 갈등은 세계화에 의해서 일시에 사라질 수 없다. 오히려 세계화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사회적 다윈주의(social Darwinism)를 연상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시장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들 세 가지 신화들은 때로는 서로 대립적이면서 때로는 서로 보완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하여 때로 동아시아 사회들은 모두가 동질적인 사회처럼 그려지기도 하였다. 특히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내부적으로 대단히 이질적인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사회로 취급된다거나 혹은 이들 국가가 성취한 경제 성장을 동일한 독립 변수로 설명하기 위하여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가 범해지기도 하였다. 일방적으로 서양 학자들이 경제 성장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기여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일시에 무자비한 "독재자들"이 동아시아 경제 성장을 만들어낸 우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다른 한편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우는 국내외 논의들도 눈길을 끌기 시작하였다. 아시아적 가치 덕분에 경제가 성장했다는 주장은 외국인 학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이 책은 이러한 신화들을 진정한 신화로만 남아 있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즉 필자는 세 가지 신화가 사회과학적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비교역사적 연구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사이드(E. Said)가 서구 오리엔탈리즘도 제국주의 유럽 지식인들의 집단적인 산물이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또 다른 형태의 구미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극복도 집단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판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을 특수한 과거의 지적 전통(유교, 도교, 불교 등)에서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편적인 사회과학적 담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인터파크 책소개글)

 

- 교형의 추천도서 6 
이거는 하드커버고 해서 좀 지리할 줄 알았는데... '진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더군. 교과서적인 느낌인데...정리가 아주 잘된 책이야.... 정리 잘 된 것이 어디니...안그러우? 

- 아직 안봤음. 그렇구나. 책을 사놓고 짱박아놓기만 했군. 꺼내서 읽어봐야지.

 



- 예상대로... 무지하게 딱딱한 '인문사회' 서적이다. 
요즘같이... 정서적으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이때에는 읽기에 그리 녹록치 않은 책이다. 한국과 대만, 동아시아로 대변되는 두 나라의 근현대사를 분야별로 차근차근 정리해둔...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는지를 잘 설명했다. (리뷰 추가: 2001-04-29 09:24:01 PM)

정말 교과서같은 느낌의 책이다. 

나중에... 머리를 채우고 싶은 갈증이 느껴질 때 꼭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 근대성(modernity)과 근대주의(modernism)와 근대화(modernization)... 
나름대로 정말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특히 동아시아-중국, 한국, 일본의 비교 부분은 명쾌한 해설임을 느끼게 해준다. 

- 대학시절, 문득 한국 근현대사를 읽으며 '근대'에 대해 나름의 매력이랄지 호감이랄지... 아무튼 그런 감정이 생기던 때, 불현듯 불어닥친 탈근대주의(post-modernism) 때문에 혼란스러운 때... 그런 때가 있었다. 
왜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싫어했고, 또한 그때 당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어 의미심장한 책이었다. 

"탈근대주의는 탈근대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세가지 환상 : 국가 신화, 아시아적 가치 신화, 세계화 신화... 
이 세가지 환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네... 

-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성장... 그 오묘한 관계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매우 돋보인다.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오늘의 교훈 -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책 읽는 맛이 난다. ^^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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