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샘터 (2002-05) (읽음: 2003-07-24 12:23:48 AM)


- 풍경소리 지음

 

- "버스보다 지하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라고 그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다. 플랫폼을 서성이고 신문도 펼쳐보다가 자그만 액자에 눈이 간다. 간단한 그림과 간단한 글... '우리집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우리집은 너른 대지에 양옥 한 채, 창고 한 동, 그리고 오백 년생 은행나무 한 그루, 백 년생 느티나무 한 그루, 한 오십 년쯤 된 잣나무...

매일 듣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린다.
"OO행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서 주셨다가..."

...와 벚나무와 목련, 이십 년생 이하의 단풍나무, 전나무, 불두화나무... 

지하철은 사람을 토해놓았다가 다시 양껏 들이마신다. 이젠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사람에 묻혀 지하철에 타면서 생각한다. '우리 집 주인이 대체 누구야?' 

지하철 역 그 자그만 액자를 떼어다가 집에 걸어놓으세요. 도장 그림 묵향과 함께, 집 가득 풍경소리가 울립니다.

 

1. 도시에서 듣는 '풍경소리'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를 감동시킨 바로 그 이야기 
지하철 벽면에 붙어 있는 현란한 상품광고의 홍수 속에서 조용히 자기 목소리를 내며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게시물이 있어 화제다. <사랑의 편지>와 <풍경소리>가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마치 산사의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깔끔한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띈다. 시민의 건전한 정서함양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1999년부터 480여개 역사에 1,300개에 걸쳐 게시된 <풍경소리> 포스터는 해를 거듭하며 350만 지하철 유동인구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 글들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잠깐씩 읽게 되지만 읽고 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으며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 반문을 하게 한다는 면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산사를 찾았을 때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불현듯 잊고 지낸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이번에 (주)샘터에서 펴낸 신간 『풍경소리』는 그런 깨달음을 주는 글이다. 『풍경소리』는 책 한줄 읽을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담백한 사색과 휴식같이 맑은 소리를 선사한다. 『풍경소리』는 우리들 삶을 반추하고 되묻는 자기성찰의 또다른 이름이다. 

2. 천천히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거리를 걷다가 불현듯 걸음을 멈추었을 때 내 마음 속으로 '풍경소리'가 들어왔다. 이 책은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도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풍경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위태로운 이 시대에 보내는 조용한 사색의 메시지이자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 띄우는 침묵과 자기로의 여행이다. IMF를 능가하는 경기 침체와 정신적 불안으로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이때, 이 책은 우리에게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와 관용의 지혜를 준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자기 성찰을 통해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띄우는 자성의 메시지다.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관조하는 한결 깊어진 눈을 느낄 수 있다. 짧은 글의 행간에 흐르는 여백의 미를 통해 저녁 산사에서 들리는 맑은 풍경소리처럼 마음의 안식을 찾고 불현듯 잊고 지낸 나를 일깨워줄 것이다. 바쁘고 어지러운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 자기를 재발견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풍경소리』는 바삐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여유를 주고, 욕심과 집착을 버리지 못해 갈등하는 사람들에게는 포용과 버림의 미덕을 가르쳐준다. 또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를 구성하는 작은 씨앗임을 상기할 때 이 책은 이기주의와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 띄우는 따뜻한 화해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3. 선과 명상의 세계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쓴 책

『풍경소리』는 선과 명상의 세계를 일반인들도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짤막한 이야기나 시로 재구성했다. 불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글이지만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글은 짧고 간결한 듯하지만 불가의 선문답과 같이 인생의 본질적 물음과 해답이 경쾌하게 담겨 있다. 

『풍경소리』에는 전각가 정병례 씨가 하나하나 직접 돌에 새긴 전각 그림 70여 점이 거칠지만 고풍스런 느낌으로 글과 어우러져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설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는 불교 포교용 게시판 '자비의 말씀'을 서울, 부산, 대구 등 480여 개의 지하철역에 1,300개에 걸쳐 게시하고 있다." (Yes24 책소개글)



- 지하철에서 벽 액자에 걸려 시선을 끌 때면 간혹 보던 왠지 '의미심장하던' 글, 바로 그 풍경소리였다. 

- 그다지 마음에 와 닿는 글도, 뭔가 깊은 뉘앙스를 주는 글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짤막짤막한 글들이다. 

- 딱 두 개의 글이 나에게 '기억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나누면 남는다.> 
어느 사람이 대중을 향하여 물었습니다. 
[작은 솥 하나에 떡을 찌면 세 명이 먹기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천 명이 먹으면 남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멀찍이 서 계시던 노스님이 말했습니다. 
[서로 다투면 모자라고 나누면 남지.]" 

고등어 2마리와 빵 5조각으로 5천명을 먹이신 기적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강렬한 의문에 휩싸였던 글이었다. 

"<비워야 담는다.> 
어느 학자가 선사를 찾아 뵙고 물었습니다. 
[불교의 진리가 무엇입니까?] 
[차나 한잔 드시지요.] 
선사는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랐습니다. 
[스님, 그만 하시지요. 차가 넘칩니다.] 
[당신은 지금 이 찻잔과도 같이 가득 채워져 있소. 
그러니 내가 무슨 말을 하여도 넘쳐 흐를 뿐, 
담겨지지 않을 것이요.] 
마주 앉은 사이로 침묵이 흘렀습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꼭 '의미심장'할 듯한 얘기는 잘 가다 삼천포로 빠지고, 또 항상 거의 절대자의 역할로 '스님'이 등장한다. 그래야만 '의미심장'한 얘기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까. 아주 간단한 교훈을 주는 듯한 얘기다. 항상 겸손하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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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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