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강준만 칼럼 내용에 계속 연결되는 내용이라 퍼왔음

 

-----

 

>> 원문: [손호철의 정치논평/7월 7일] 반가운 한국일보 논쟁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독백의 사회’. 우리 사회에 붙여 줄 수 있는 이름이다. 소통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 때문이 아니다. 1980년대 뜨거웠던 논쟁이 소련 동구 몰락 이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논쟁이 사라진 ‘독백의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 점에서 최근 한국일보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준만 교수와 고종석 객원논설위원 간의 작은 논쟁은 박수를 쳐서 환영할 만하다.


인격과 이념이 일치만 된다면

 

나는 <김용갑을 다시 생각한다>(5월 26일자)라는 글을 통해 “이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클래스 내지 격”이라는 주장을 했다. 글을 쓸 때 이 글이 논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 교수가 6월 4일자 글을 통해 비슷한 논조를 발전시켰고 고 위원이 6월 12일자를 통해 반대되는 주장을 폈다. 강 교수가 6월 18일자에 반론을 제기했고 고위원이 6월 26일자에 재반론을, 강 교수가 7월 2일자에 재재반론을 제기했다. 이를 바라보면서 논쟁의 단서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한 마디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사실 고 위원이 전제한 바 있듯이 이 논쟁은 많은 부분을 서로 공감하는 전제 하에서 사물의 다른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면이 강하다. 그러나 강조점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와 강 교수에 대해 고 위원은 대표적인 문인들을 예로 들어 반론을 제기했다.

이문열 등에 대해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비판은 없지만, 그들의 자유지상주의적이거나 봉건적 이념은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반면 진보적인 한 소설가는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가졌지만 작품은 어둠을 밝히는 횃불 노릇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김용갑의 전력을 보면 “제 주변에 아무리 넉넉한 인격을 발휘했다 해도” 그에게 너그러울 수 없다는 비판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문열의 인격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와 누군지 짐작이 가는 진보적 소설가를 놓고 평가를 하라면 나 역시 진보적 소설가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즉 가장 좋은 것은 진보적이면서 인격도 있는 경우지만 이념과 인격이 부딪칠 경우 그 해악의 정도에 따라 경중을 따져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와 고 위원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진보적 소설은 시대의 횃불이고 이문열의 소설은 해악”이라고 부당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 역시 대중과 역사를 통해 검증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검증과정에서 이들의 인격은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광수와 서정주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또 다른 문제는 인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내가 김용갑을 재평가한 것은 그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진보정치인을 위해 서명을 해 주고 보수가 권력을 잡자 안심한다며 정계를 떠났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한 것이지 고 위원의 지적처럼 주변에게 넉넉한 인격을 발휘해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내가 말하는 인격은 고 위원이 보기에 따라 또 다른 이념(‘삶의 이념’)일 수 있다. 다만 그가 왜 이제 와서야 올바른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 안타깝고 최근의 변신이 과거의 행적까지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는 고 위원의 지적에 공감하는 면도 크다.

 

이 ‘독백사회’에 논쟁은 좋은 것

 

<김용갑을 다시 생각한다>에서 나는 진보적이지만 문제가 많아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하는 후배교수가 있다는 이야기로 글을 풀어나갔다. 물론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표현이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 역시 익명으로 처리한 것이지만 공개매체에 사용한 표현으로는 좀 심했다는 자성과 함께 글을 정제하는 인격수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표현에 불편을 느낀 독자들이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 그리고 한국일보가 더 많은 논쟁의 아고라가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