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면에서는 확실히 농심 팬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탕면, 튀김우동, 짜장큰사발...

그리고 과자류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내가 내 돈내고 사먹었던 새우깡...

뭐, 국민 대다수가 나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최근에 이렇게 농심 불매운동에 확 불이 붙었을까?

왜 지금에 이르러 나는 내가 그간 즐겨먹던 라면과 과자를 사면서 제조사를 확인해야 하고,

그 제조사가 "농심"이면 씁쓸한 마음에 도로 내려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내 풀리지 않는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농심 불매운동은 조선일보 광고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싣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충분히 권장되어 마땅한 운동이라는 점엔 단 한 점의 이견도 없다.

또한 그것이 그 당사자인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고 있다는 최근 언론과 검찰 측의 하찮은 주장 역시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조중동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70~80년대도 아니고!

 

그런데, 농심 불매운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항간에 떠도는 풍문은, "농심 쥐머리깡", "바퀴벌레면", 이란다. 부도덕한 기업이란다. 미국산 쇠고기와 MSG가 듬뿍 들어간 "오염된" 불량식품들이란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삼양"이 급속히 뜨고 있다.

 

솔직히 난, 사실 삼양라면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컵라면이 겁나게 비싸던 시절,

컵라면을 뜯고 물을 부은 3분 후,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젓다 발견한 구더기 무리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컵라면을 만든 회사가 삼양라면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내 최초랄까.

 

아무튼, 그 이후로 난 컵라면을 거의 먹지 않았고,

아마도... 농심 튀김우동이 나온 이후에야 비로소 다시 컵라면이라는 음식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난 농심을 즐겨 먹는데 농심을 끊어야 하는 분위기가 영 개운치 않고,

삼양을 싫어했는데, 삼양을 너무 의도적으로 띄워주는 것 역시 영 개운치 않았다.

 

그런 와중, 아래 글이 눈에 확 띄었다.

 

"조,중,동을 비난하는 이유가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지들 원하는 대로 기사를 쓴다는 데에 있다면 그곳을 공격하는 혹은 그들을 압박하는 수단은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결코 만만하다거나, 사실 확인도 안된 ‘설’때문이거나, 상대기업을 살리겠다는 숨겨진 목적 같은 것이어서는 비록 성공 한다 해도 그것은 실패다.


오늘 농심에 대한 불매운동이 안티 조중동의 중요한 실행과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위험하다. 성지에 있는 아고라인들과 네티즌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농심을 타깃으로 정한 이유가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광고를 하겠다는 다른 기업들보다 쉬워보여서는 아니었나?, 절묘한 타이밍에 제대로 걸려든 시범케이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나?, 이제라도 농심불매 삼양구매를 외치는 근거들에 대해 제대로 검색해 보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

나와 비슷한 불편함, 찝찝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구나, 라는 것이 저 글을 읽은 첫 소감이었다.

물론 저 글 내용에 100% 동의할 수는 없다.

글쓴이는 농심의 늦은 대응, 또는 "무대응", "무관심"과 같은 입장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바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 역시 농심 경영진의 배부른 오만(1위 독점 기업의 여유와 자만에서 우러나오는)으로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제대로 사실과 진실을 알고 있긴 한 걸까?

"농심불매 삼양구매"로 무턱대고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가져볼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된 것 같다.

좀 더 스스로 찾아보고 농심을 계속 먹을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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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독설닷컴] 농심 캠페인 담당자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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