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서울에 살고 있지만, 참... 큰일이다. 서울의,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모든 정책들... 만악의 근원이며, 미래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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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www.sun4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1267

 

‘수도권 손발 묶으면 지방이 발전하나’  
 
 2008년 11월 09일 (일) 23:33:46 강준만  kjm@chonbuk.ac.kr  
 
 
‘수도권 손발 묶으면 지방이 발전하나’

 

어느 서울 일간지의 11월 5일자 사설 제목이다. 왜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 싸움도 아니고 이게 뭔가? 이건 ‘언어 폭력’이다. 경제적 양극화를 문제삼는 사람들에게 ‘부자 손발 묶으면 모두 잘 사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왜 이렇게 심성이 꼬이고 뒤틀린 걸까?

 

이 신문의 10월 31일자 사설 제목은 ‘수도권 규제 더 과감하게 풀어야’이다. 그 논리가 흥미롭다. 아니 믿기질 않는다.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에 묶인 기업들은 지방으로 가는 대신 중국과 동남아로 빠져나갔다. 수도권 규제로 지방이 덕 본 게 없는데도 계속 수도권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다 같이 못살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기차에 기관차가 필요하듯 수도권이 기관차가 되어 지방이라는 객차를 끌고 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아쉬운 판에 수도권과 지방을 갈라 기업의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닌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수도권 규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지방의 반발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방육성책을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로 지방이 덕 본 게 없는데도 계속 수도권 규제를 요구한다? 지방 사람들은 바보 멍텅구리라는 말인가? 이 주장의 전제가 기가 막히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에 묶인 기업들은 지방으로 가는 대신 중국과 동남아로 빠져나갔다? 중국과 동남아 대신 지방으로 갔거나 가려고 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아보고 하는 소리인가? 수도권 규제 철폐 발표가 나온 후 지방으로 오려고 했던 기업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못 들어봤나?

 

일부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 대신 중국과 동남아로 빠져나갔으면 “아, 지방이 중국과 동남아보다 못하구나!” 하고 충격과 더불어 죄책감을 느껴야 정상 아닌가?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으니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위기가 아닐 땐 지방에 신경을 쓰기라도 했단 말인가? 반발하면 지방육성책 만들고 반발 안 하면 그만이라는 건가?

 

우석훈씨는 최근 저서 『괴물의 탄생』에서 서울은 자신이 사용하는 재화에 대한 대가를 정상적으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장거리 송전을 하고 있는 전기, 서울의 안전한 마실 물을 위해 상류지역에서 받고 있는 수자원 보호로 인한 피해, 서울의 홍수를 막기 위한 댐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런 것들에 대해 ‘생태적 조세’ 등을 통해서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게 한다면 서울의 삶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비싸질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은 중앙형 물류체계 때문에 농수산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화들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누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현지보다 서울의 가격이 더 싼 경우가 있을 정도로, 중앙형 유통망 시스템에서 최상위에 있는 서울은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됩니다. 만약 분배망들이 분산형으로 구성되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종의 지대소득(rent benefit)을 단지 서울이라는 공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얻게 되는 셈이지요. 여기에 흔히 거론하는 문화와 권력의 집중까지 포함한다면….”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은 자기 잘 나서 큰 줄 알고 있으니, 지방의 정당한 요구를 ‘다 같이 못살자’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이 문제는 이해관계나 이해득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모든 국민이 더불어 같이 살아보자고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큰 일이다.

 

/ 전북대 신방과 교수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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