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11/h2008111002452125580.htm

 

[손호철의 정치논평/11월 10일] 비겁한 보수?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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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냉전적 보수세력의 대표 논객이다. 그의 주장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그의 용기만은 높이 사왔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기 헌법을 수호한다며 사실상 무장봉기를 선동했고, 이에 친 노무현 단체들이 그를 국가보안법과 내란선동죄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조씨의 주장이 아무리 틀린 것이라도 이를 처벌하는 것은 조씨 식의 극우적 발상이자 표현의 자유라는 면에서 잘못된 것이라는 '조갑제를 위한 변명'(2003년 9월 9일자)을 바로 이 지면에 쓴 바 있다.

 

'오바마 좌파론'에 갑작스런 비판

 

그같은 조씨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오바마를 좌파라고 부르는 한국인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며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라며 갑자기 오바마에 대한 색깔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오바마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진보는 주로 공산주의자나 친공세력을 가리키"지만 "오바마가 속한 "민주당은 미국에서 '리버럴'이라고 부르지 '진보'나 '좌파'라고 불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조 씨가 이제 좌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됐으니 축하할 일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얼마 전 조씨를 비롯한 냉전적 보수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좌파로 모는 등 최근 들어 좌파라는 용어를 남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어났던 논쟁이다.

 
이에 대해 나는 '클린턴, 오바마도 좌파?'라는 이 면의 컬럼(2008년 9월 22일자)을 통해 "좌파란 사회민주주의로부터 사회주의, 공산주의처럼 최소한 사회민주주의보다 더 좌측에 있는 사상을 지칭"하는 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좌파라고 할 수 있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중도우파에 가까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좌파라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해서 공화당을, 그리고 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쓴 바 있다.

 

결국 오바마와 민주당에 관한 한 조씨의 견해가 나의 견해에 수렴한 것이다. 문제는 조씨가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민주당, 그리고 오바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좌파라고 비판해온 것이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한 공산주의자란 말인가?

 

아니다. 냉전세력이 오바마가 좌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좌파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을 좌파라고 주장해온 자신들의 그간의 시각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이중 잣대를 적용해 아직도 김대중, 노무현은 좌파지만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조씨 등 한국의 냉전세력이 비겁해서 미국의 대통령에게는 좌파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 뿐이다.

 

김대중ㆍ노무현에 대한 이중잣대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은 또 다른 냉전적 보수논객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주장이다. 그 역시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며 오바마를 뽑은 것은 위대한 미국의 선택이라고 칭송하면서 오바마는 "북한 핵은 북한의 자위수단이라고 어거지를 쓰는 한국의 사이비 좌파들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 의원의 주장대로 북한 핵은 자위수단이라고 어거지를 쓴 민주노동당과 일부 친북적 좌파들은 분명 오바마와 다르고 좌파도 아닌 사이비 좌파이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그 누구도 북한 핵이 북한의 자위수단이라고 어거지를 쓰지 않았다. 따라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좌파도 사이비 좌파도 아니다. 조갑제씨의 표현대로 단지 리버럴, 즉 자유주의자들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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