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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4P 2017. 10. 11. 15:32




  세계는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풍(風),  뢰(雷)의 모두 일곱 가지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인간의 힘으로 운용(運用)할 수 있는 것은 수, 화, 풍, 뢰의 네 가지뿐이며 일곱 가지의 기운에서 이 네 가지 기운만을 추출, 정제, 융합, 발현하는 것이 바로 마법(魔法)이다.

   - 『마법학 입문(魔法學 入門)』(작자 미상, 서력 700~800년 사이 집필된 것으로 추정) 서문(序文) 첫 구절  -




  해 질 무렵 어느 한적한 숲 속.


  삐이... 삐이... 삐이.. 삐.. 삐.. 


  고주파 기계음이 조용한 숲 속을 날카롭게 후벼파고 있었다. 그 기계음은 까만 정장차림을 한 사내가 손에 든 기묘한 기계장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가로세로 10cm 정도의 시커먼 스크린에 지도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회색 선이 구불구불 그려져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녹색 동심원과 가로 세로 선이 교차해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무언가를 추적하는 장치처럼 보였다. 그 중 어느 한 지점에 밝은 녹색점이 점멸하고 있었는데 점점 동심원의 가운데 부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부소장님."


  사내의 뒤로 역시 비슷한 정장 차림의 사내 두 명이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중 부소장이라 불린,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나이들어 보이는 한 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신기한 일이군... 이런 곳에서 그렇게 강력한 마나듐 파장이 잡히다니..."


  이윽고 사내들이 걷고 있는 앞으로 작은 동굴이 나타났다. 기계장치의 녹색점은 분명 동굴 내부의 어느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기계장치의 이름은 마나듐 트레이서Manadium Tracer로 마나듐Manadium의 위치 및 농도를 탐색할 수 있도록 연구소 내 융합기술팀의 도움을 받아 최근에야 가까스로 완성된, 대륙 전체를 통틀어 5개밖에 없는 귀한 장치였는데 그것은 반경 2km 범위 내, 지하 약 300m까지 매설된 마나듐이 발산하는 특수 파장을 포착할 수 있었고 포착된 마나듐의 파장은 실시간으로 중앙 서버로 전송되어 기록되었다. 며칠 전 우연히 부주의하게 마나듐 트레이서를 켜둔 채 자동차를 타고 이 곳 근처를 지나친 한 직원이 있었는데 그 때 기록된 내용이 발견되어 오늘 이렇게 연구소 수뇌부들이 부랴부랴 출동한 것이었다. 물론 상황을 알고 포상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에 몸이 달아 있던 그 직원은 장비관리 소홀로 징계를 받아 쫓겨난 것이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일단 한 번 가 보도록 하지."


  동굴 입구에는 오래된 나무 판자에 세로로 "장수동굴"이라고 써 있었다. 현판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있거나 관리되고 있는 동굴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판 이외에는 별다른 문이나 철책 등 출입을 통제하는 장치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 듯 했다. 현판을 한 번 힐끔 쳐다본 일행들이 동굴로 들어서자 신호음은 더 크고 빠르게 울려나왔다.


  삐삐삐삐삐삐... 삐이이이~


  "이곳이 가장 신호가 강한 곳 같습니다."


  동굴 입구에서 100여 미터쯤 들어간 곳에 한쪽 벽면이 움푹 패인 제법 넓은 곳이 있었고 그곳 한쪽 구석에 작은 제단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제단 위에는 타다만 양초 두 개와 각종 꽃들이 시든 채 놓여 있었는데 그 앞으로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평상과 누울 수 있는 의자 몇 개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와서 쉬기도 하고 간단한 제례(祭禮)를 지내기도 하는 일종의 사당 비슷한 곳 같았다. 저녁식사 시간 무렵이라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 와서 들여다 본 마나듐 트레이서에 표시된 마나듐 파장의 크기는 무려 5,120M! 지금까지 일반 마나듐 채굴장에서 포착된 파장이 1,200~1,800M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세기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자연상태의 고체 마나듐이 발산할 수 있는 최대 파장이 2,500M 정도라 알려져 있었는데 이건 그 두 배나 되는 세기였다. 그것은 곧 이곳에 매장된 마나듐은 고체 마나듐이 아니라 즉시 사용이 가능한 형태의 액체 마나듐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액체 마나듐, 그것도 최상질의 마나듐만이 5,000M 이상의 파장을 발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체 마나듐을 액체 마나듐으로 형질변환(形質變換)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전자기 플라즈마Electromagnetic Plasma에 장시간 노출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에 소요되는 시설이며 전기 등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때문에 대륙 전체의 마나듐 매장량이 앞으로도 수백 년 이상 문제없이 쓸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만큼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액체 마나듐의 단위 무게당 가격은 kg당 200실버로, 같은 무게의 은덩어리 이상으로 비싸게 거래되었는데 만약 고체가 아닌 액체 상태의 마나듐 채굴이 가능하다면,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막대한 이익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나듐 매장지의 특성 상 발견이 어렵지, 발견만 했다 하면 한 곳에서 수십 년 이상 끊임없이 채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출토되었기 때문에(사실 얼마나 채굴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끊임없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많이 받아야 kg당 20실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고체 마나듐 매장지일지라도 그곳을 발견한 사람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이곳은 특별한 변환 비용도 필요하지 않은 액체 마나듐 상태! 다른 마나듐 채굴장들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황금 노다지밭이 아닐 수 없었다. 마나듐 트레이서를 이용한 지금까지의 그리 길지 않은 마나듐 추적 성과 중 가장 큰 소득이기도 했다!


  "본회(本會)에 연락해! 시추(試錐)를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이정도라면 틀림없어! 이 동굴이 누구 소유인지 빨리 확인해서 인수절차 밟으라고 전해! 얼마를 들여서라도, 안되면 강제로 뺏든지 무슨 다른 수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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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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