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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울은 당시 자전거를 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우리 동네(난곡·난향동)가 좀 상대적으로 심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은 전반적으로 한강 주변을 제외하면 경사가 심하고 차량이 많아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도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자전거는 그냥 먼지만 쌓여가는 이삿짐일 뿐이었다. 겨울이면 눈길에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뱅글뱅글 도는 자동차들이 부기지수였던 난곡 골짜기. ㄷㄷ
이후 상도동으로 이사 가 살던 시절, 역시 경사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다만 오래 살다 보니 상도터널 지나 걸어서 한강까지도 다녀보고, 노들섬도 다녀보고 하면서 슬슬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나갈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전거 초보자들에겐 보통 일은 아니었다. 집에서 한강 나갈 때는 상도터널까지 가는 길 정도만 조금 힘든 코스였지만 돌아올 때는 상도터널 약 1km 조금 못미치는 경사로가 은근히, 아니 대놓고 힘든 코스였다. 가끔은 아예 터널 위 언덕을 넘어 가는 길을 택할 정도로.
아무튼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나다니기 시작했다. 집에 자전거가 한 대 뿐이라 혼자 다닐 때는 문제 없었지만 나중에는 아내와 함께 다니게 됐고 그럴 때면 나는 주로 따릉이를 빌려 타는 방법을 써야 했다. 그 사이 훌쩍 커버린 둘째아들 녀석도 아래 사진에서 보듯 자전거를 구입하여 간혹 함께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한강 코스는 보통 여의도쪽으로 갈 때는 여의도 지나 양화대교-선유도까지 다녔고, 반대쪽으로는 반포 세빛둥둥섬까지 다녔다. 말 그대로 레저(Leisure)였으니 목적은 자전거 타기라기 보단 관광? 외식? 쪽에 더 가까웠다.
이 무렵은 자전거 사이클링 기록을 제대로 할 생각 없이 다니던 때라 GPS를 켜지 않고 다닐 때가 많아 아래와 같이 기록을 보면 이상하게 찍혀있을 때가 많았다. 휴대폰 기지국 위치에 따라 들쭉날쭉... 가지도 않은 강북쪽이 막 찍혀 있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대구에서 자전거를 한 대 보내왔다. 고속버스에 실려온 고급(!) MTB. 자전거 매니아(?)인 매제가 타던 자전거인데 안 타고 있어서 보내주는 거라고... 돈 내고 따릉이 타지 말고 공짜(?!)로 잘 타고 다니라며.
모델명은 SCOTT SCALE 40. 대략 연식을 보니 2010년형 모델로, 250~300만원 정도 가격에 파는 물건이었다! ㄷㄷ
이전까지 실비 20만원이 넘어가는 자전거는 타본 적도 사본 적도 없었는데, 한 순간 10배 이상 가격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되다니, 뭔가 부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고 도난/분실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아무튼 묘한 기분.
사실상 이 때 이후부터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이동수단/운동 목적으로 타고 다녔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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