結
이후 다시 신정동으로 이사를 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이 동네는 그야말로 자전거 타기에 최적인 동네다! 집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바로 안양천 자전거 도로가 양편으로 기가 막히게 잘 나 있어 위로는 한강, 아래로는 안양 경인교대·삼막사까지 쾌적하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 심지어 경사로도 거의 없다!
아내 자전거(원래 내꺼였는데!)도 10여 년을 끌고 다니던 대전 철티비를 버리고 드디어 당근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픽시 로드 자전거로 바꿨다. 핸들바를 일자형으로 교체한 '수동 하이브리드'라 타기 편해 좋았다.
신정동으로 이사온 후 처음에는 동네 길 확인 차 주변 동네를 어슬렁 어슬렁 다니다가, 주말이 되면 본격적으로 레저 겸 운동 겸 안양천 주변으로 점차 이동반경을 늘려가며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강·안양천 합류부까지 대략 5.5km 거리까지만 쉬엄쉬엄 다니다가, 조금씩 거리를 늘려 양화 선착장, 여의도까지 다녔고... 반대편으로는 망원역 망원시장을 가보기도 하고, 가양대교 너머 행주산성까지 가서 국수를 먹고 오기도 했다.
제일 많이 다닌 코스는 한강보다는 안양쪽. 안양천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면 경인교대 근처 삼막사까지 가게 되는데, 그 동네가 중국집, 손만두 등등 관광객 대상으로 음식을 맛있게 잘 하는 집들이 많아서 주말이면 종종 달렸다. 대략 편도로 19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달려가서 먹고 달려오면 38km 가량 달리게 되는 셈. 그 정도가 하루 최대 운동량이었고 그 코스를 우리집에서는 "삼막사 짜장면 코스"로 부른다. (놀며 쉬며 달려서 속도는 의미 없다.) 요즘은 그 동네 가격도 많이 오르고 서비스도 나날이 나빠지는 듯 하여 발길이 좀 뜸해지긴 했다.
그러다 문득 집~회사까지 자전거로 가면 얼마나 되나 거리를 계산해 봤다. 대략 30km. 오? 삼막사 짜장면 코스랑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
그래서 어느 날 도전해 봤다.
죽는 줄 알았다. ㄷㄷㄷ 하루 60km 코스는 아직은 무리 무리 무리데스. 이후 일주일 정도 엉덩이 및 다리 근육통에 시달렸다. 출근할 때는 그리 힘들지 않게 갔는데, 퇴근할 때는 지치고 힘들어서 간신히 돌아왔다. 속도 그래프를 보면 처음엔 17~18km/h로 달리다가 나중에 10km/h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격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즉, 월요일에 자전거로 출근하면 그날은 버스·지하철로 퇴근하고 다음날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뒤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처음에 화요일 퇴근 후 수요일에 다시 자전거로 출근을 해봤는데, 역시 죽을 맛이었다. 하루종일 뻑적지근한 다리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살짝 어려울 뻔. 그 이후부터는 또 방식을 바꿨다. 아래 표와 같다.
요일 | 아침 출근 | 저녁 퇴근 |
월 | 자전거 | 대중교통 |
화 | 대중교통 | 자전거 |
수 | 대중교통 | 대중교통 |
목 | 자전거 | 대중교통 |
금 | 대중교통 | 자전거 |
30km 거리를 평균 20km/h로 달리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초보자가 그것도 MTB로 평균 20km/h 나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 역시 처음엔 2시간 꼬박 걸렸고 몸살을 앓았다. 이후 열심히 달리고 달려 1시간 30분까지 줄일 수는 있었다. (사실 거리도 좀 줄었다. 지름길을 여러 개 알게 되다 보니 최대 1.5km 정도는 줄어 들었다.)
단련이 되어 가는 건지 몸은 점점 가뿐해졌다. 그런데, 날이 지나도 시간이 더 줄어들지는 않는다. 평균 18~22km/h 수준에서 더 올라가지도 않는다. 이게 MTB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몸이 그 속도에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뭐, 일단응 달려도 그리 힘들어지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바람 많이 부는 날은 여전히 힘들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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