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5: 기억 1 ~ 2

기억 1~2 (열린책들, 구글북스, 2020.05)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고등학교 교사인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한다.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르네.

문 너머에서 엿본 기억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이었다. 최면이 끝난 후에도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한편 르네는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제1차 세계 대전 참전병 외에도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 본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전생은 놀랍게도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어떻게든 게브를 구하고 싶어 하고, <판도라의 상자> 무대에서 만났던 최면사 오팔이 르네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쫓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생에서는 대홍수가 예고된 가운데 과연 르네와 게브의 운명은?" (책소개글)

- 주요 둥장인물 및 배경: 르네, 오팔, 퇴행 최면, 게브, 누트, 아틀란티스, 이집트

- 절묘하다. 최면을 통해 전생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1만 2천년 전 아틀란티스에서 거인족으로 살았던 시대에까지 도달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참 놀랍다. 말도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진짜 그랬을지도...? 라며 자꾸 혹하게 되는 마음은 또 뭔지...

- 신장 17미터 이상이나 되는 거인의 수명이 수백~수천년에 이를 수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아마도 북유럽 신화속 거인 설정을 따른 것 같은데... 마지막 장면이 애틋하다. 눈물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읽었지만 그 중심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이다. 윤회. 영혼이 육체를 떠나 옮겨다닐 수 있다는 설정. 이젠 아주 전생의 '나'였던 하나이자 다른 영혼과 상호 소통까지 한다. ㄷㄷ 그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장르가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 1장 시작부분에 "그녀의 목에 걸린 돌고래 모양의 청금석 펜던트가 남자의 눈길을 끈다"라는 대목이 마지막 134장에서 죽기 직전, 다음 생에서 당신을 어떻게 알아보냐는 질문에 "내가 파란 돌고래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을게요. 그거면 인식표로 충분할 거예요" 라는 대목과 겹치면서 르네-게브와 오팔-누트가 같은 환생 연인이었음을 짐작케 해 준다.

- 작가가 글을 현재형으로 썼기 때문일까? 나도 덩달아 현재형으로 감상문을 쓰게 된다. 좋은 작품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