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1, 2 (은행나무, 2022.09)
- 장강명 지음
- "장강명, 6년 만의 신작 장편
공허와 불안의 한복판을 타격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서사!
“올여름, 마침내 나는 상상 속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
《표백》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 날카로운 지성과 거침없는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삶과 연관된 가장 사실적인 순간을 포착해온, 그야말로 장르불문의 올라운더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재수사》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다. 6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은, 치밀한 취재로 만들어낸 생생한 현장감, 서사를 밀고 나가는 날렵한 문체와 빈틈없는 전개에, 현실을 타격하는 날카로움이 더해진 장강명표 사회파추리소설이다. 치밀하게 전개되는 수사 과정, 그 속에서 밝혀지는 비밀과 반전,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쌓아 올린 서사는 원고지 3천 매에 달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책을 내려놓을 새 없이 소설의 끝을 향해 내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겨냥하는 것은 단순히 재미뿐만은 아니다. 소설은 기대와 불안이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소용돌이 치던 2000년의 신촌을 거울로 삼아 지금의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자 한다. 소설이 본질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형사사법시스템이다. 밀레니엄으로부터 22년, 우리 사회는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죄의 정의와 처벌은 윤리적이고 정의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설에 기댄 과거의 윤리의식은 여전히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제 어떤 윤리와 도덕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이 소설은 그 첨예하고 치열한 논쟁 속으로 기꺼이 발을 내딛는다." (책 소개글)
- 주요 등장인물/배경(개념): 연지혜, 민소림, 강수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신촌, 연세대, 계몽주의-신계몽주의, 도덕적 책임의 원근법,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빅터 프랭클 박사, 안나 카레니나, 고통의 강도, 모욕
- "누군가 삶의 의미를 묻는 순간, 그는 병든 것"
프로이트가 한 말이란다... 문과생(출신)들은 이런 식으로 남말 인용하기를 엄청 즐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권위를 부여하고 싶을 때 종종 쓰는 수법이다. 누구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라면 좀 더 그럴 듯하고 설득력 있어 보이니까. 참......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러니 문과생들인건가...
- 다 읽는 데까지 엄청 오래 걸렸다. 전반적으로 미스터리 추리 수사물에 가까운, 아주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매 홀수 챕터에서는 진도가 잘 안나갔다. 범인의 시점에서 읊어대는 온갖 형이상학적인 개소리들 - 예를 들면 계몽주의라든가 신계몽주의, 고통에 관한 고찰, 사실-상상 복합체 등등 인문 사회과학 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지적 유희와 사고 흐름이 빠른 책읽기에 크게 방해가 됐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인문 사회과학 서적을 멀리하고 살아서 그랬겠지만..., 아무튼.
- 범인이 남자일 거라고 시종일관 몰아가다가 마지막에 반전! 압권...이라기엔 살짝 김 빠지는 느낌도 있었지만ㄷㄷ 마지막에 너무 좀 스토리가 급진전된 느낌은 있지만, 깜깜한 공방 내에서의 격투(?)씬이 아주 흥미진진했다.
- 서평이나 소개글 같은 걸 보면... 현대인의 불안과 공황에 대해 그렸단다.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다. 글쎄... 난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진도가 잘 안나갔던 부분... 범인의 심리 묘사에 종종 등장하는 고통의 해석이나 도덕적 책임 원근법 같은 부분에 끄덕끄덕, 공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범인의 잡설들을 읽다보면 포스트 모더니즘-신계몽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대부분 범인과 비슷한 의식 흐름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 내가 연세대-신촌을 떠난 것이 군 제대 후 복학 1년 후, 즉 99년 2월이었으니 작품 속 배경과 인물들은 나랑은 하나도 안겹친다. 까마득한 후배들 얘기. 덕분에 내 기억 속 연세대-신촌과는 많이 달라서 어떤 의미로는 재미있었다. 가상의 배경이라고는 했지만.
- 참고로 범인 시점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남성적인 문체나 사고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더 범인이 남자일거라고 짐작하게 되는 듯.
- 간만에 읽은 현대 미스터리물. 재미도 있었고 지적 자극도 충분히 되었다. 진도는 잘 안나갔지만. 3.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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