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 들녘 (2001-06)
- 손석춘 지음
- "한겨레 신문 여론매체부장 겸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위원으로 있는 손석춘의 소설. 어느 날 연길의 조선족 노인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리고 노인에게서 건네받은 검붉은 보따리와 그 속에서 쏟아져나온 낡은 수첩들. 그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한 지식인이 1938년 4월 1일부터 1998년 10월 10일까지 쓴 일기였다. 그리고 김정일 총비서와 '아직 오지 않은 동지에게'라는 제목이 붙은 두 편의 유고……. 그렇게 이진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신문사 편집국 기자로서 '엄청나다'라는 기사 제보가 기실 대부분 사사로운 고충들이었음을 경험으로 아는 이 소설의 내레이터는, '조선 사람들이 깜짝 놀랄 기록'이라는 중국 연길의 한 노인이 보낸 편지도 그저 그런 것이겠거니 하고 넘기다가, 그 노인이 다짜고짜 약속과 장소까지 지정해주는 바람에 연길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노인의 말대로 '조선 사람들이 깜짝 놀랄 기록'이 담긴, 낡아 빠진 수첩 한 무더기를 안고 돌아온다.
거기에는 북한의 이름 없는 지식인으로 살아간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따금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잣대나 정서에 어긋나는 기록도 눈에 띄었으나 그의 일기를 관통하고 있는 순수한 민족애와 휴머니즘을 인식할 수 있는 독자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내레이터는 이를 책 한권으로 묶어내기로 했다. 그 내레이터가 저자 손석춘인지 헷갈리고 그렇다면 연길의 그 노인은 누구인지 하는 궁금증을 헤아릴 여유도 없이, 1938년부터 한반도의 역사는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독자들은 일기의 작성자인 이진선을 통해 우리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과 사건을 지척의 거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시인 윤동주, 불교계의 거목 휴허 스님, 남로당의 거물인 김상룡과 박헌영, 일본 유학시절에 만난 황장엽, 월북한 후로는 김일성과 그 주변 인물들과 어우러지면서, 안타까움과 분노의 60년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험난한 시대에도 꽃피우는 소중한 사랑을 목격하게 된다. 아내 여린과 아들 서돌이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눈앞에서 사라지는 광경에서는 어느덧 눈시울이 젖고, 최진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에서는 가슴저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집』은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삶을 거미줄처럼 잘 짜낸,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소설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순수한 꿈이 일그러져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현실은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과 이웃, 나아가 우리 민족을 새삼 돌아보게 할 것이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보다 확연하게 그려볼 수 있게 할 것이다." (Yes24 책소개글)
- 아뿔싸!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었다! 수기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가시지 않는 의문, 과연 이 소설은 소설인가 수기인가... 결론은 '수기'로 낸다. 왜?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손석춘은 한겨레 신문 여론매체부장이다. 소위 대한민국의 언론사 간부가 이렇듯 치밀한 사회주의자일 수 없다. 만일 소설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지어낸 이야기라면, 손석춘은 진실로 거물급 사회주의 언론인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북한식 용어와 북한의 현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담겨있다. 물론 언론인으로서 어느 정도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모습들을 더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더 있다. 일기의 주인공만이 표출해낼 수 있는 진실성이랄까...
- 나,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최근 들어서는 단 한번도 없었다. 사회주의는 몰락했고, 우리의 대안은 더 이상 없다. 자본주의가 더욱 더 고도로 발달하여 그 속에서 자본의 맹아가 자라나는 것을 기다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찌감치 좌절한 회색주의자일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 이진선의 '진정한 사회주의자'로서의 모습은 그러한 나를 일깨우고 감동시키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아... 나도 알고보니 사회주의자였던가. 아니다. 그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의 머리를 시원하게 걷어주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일까.
- 북한이 사회주의의 껍데기를 덮어쓴 절대군주적 봉건사회라는 사실은 말로는 여러 번 들었고,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본 김정일의 모습을 통해서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진선의 기록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아~! 왜 나는 김정일이 이진선의 일기와 편지를 읽고 크게 깨우침을 얻어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를 위한 결단을 내리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진정 사회주의자였단 말인가.
- 박헌영, 김삼룡, 이현상... 소설의 이름을 빌어 그간 숱하게 언급되어온 인물들이다. 사회주의... 공산당... 지식인... 아~ 모든 민중의 주체성과 창조성이 발현되는 진정한 '아름다운 집'은 언제쯤 이 땅에 도래하게 될까. 아직도 젊고 순수한 피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인가.
- 나는 아직도 혁명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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