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웅진씽크빅 (2002-01)
- 박완서 지음
-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참혹한 전쟁을 생생하고도 눈물겹게 그려낸 1950년대 이야기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편으로 쓴 자전 소설이다. 작가가 스무 살의 성년으로 들어서던 1951년부터 1953년 결혼할 때까지의 20대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은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그 동안 펼쳐왔던 박완서의 그 어느 작품세계보다 의미 깊고 소중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 소설이 작가가 가장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하며 사고와 가치관이 형성된 스무 살 때의 이야기이자, 소설이 펼쳐지는 공간이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인 파탄을 안겨다주는 참혹한 전쟁 속이라는 점에서이다.
스무 살의 처녀 박완서가 전쟁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겪는 고충은 고통이라기보다 분노에 가깝다. 그러나 그 고통과 분노, 불안과 초조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팽팽해진, 최대로 극대화되고 긴장된 박완서 생애 최고의 문체와 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절망 속에서도, 참혹한 시간 속에서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한 스무 살의 처녀가(작가 자신이기도 한) 전쟁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견디면서 고귀한 생명을 유지하고 또 인간적인 존엄을 최소한이라도 지키려는 몸부림은 눈물겹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한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올케와 밤마다 빈집의 담을 넘어 식량을 구하는 모습, 돈암동 시장에 다과점을 차렸지만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절망감, 어쩔 수 없이 인민위원회를 도와주는 모습, 강압에 못 이겨 칠흑 같이 어두운 밤길을 걸어 인민군 위문공연을 보러가서 그 치졸함에 느꼈던 분노, 배고픔과 살육보다 더 인간을 비참하게만드는 상황의 야만성, 그러나 한편으로 스무 살의 그녀의 눈에 폭격 맞아 불탄 집 장독대는 고요한 듯 기품있어 보이고 어느 집 담벼락에 화들짝 핀 목련꽃은 아름다워 보이니, 그런 인간적인 느낌을 ‘미쳤다’라고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 미군 PX 초상화 부서에서 미군들을 쫓아다니며 초상화를 그릴 사람들을 끌어와야 했던 절망적이고 외로웠던 시절, 비로소 그녀의 눈물을 터트리게 한 한 남자와 만나 연애를 하는데…….
1950년대 당시의 거리 풍경과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들이 박완서의 탁월한 기억력에 의해 생생하게 펼쳐지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언제 봐도 아프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는 한편의 흑백영화와도 같다." (인터파크 책 소개글)
- 이런 것을 소설로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너무 자전적이다. 수필같다. 책 속에서 허구의 이야기는 어느 대목일까?
- 전쟁 와중의 서울 생활과 전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솔직담백하게 잘 나타나 있다.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작가의 편견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래위로 피난을 오가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PX에서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가 담담한 필체로 들어 있다.
- 예민함... 감수성... 아픔... 아름다움... 박완서의 이 소설에다 대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평가들을 한다. 그렇다. 소설을 뜯고 분해하고 구석구석 뒤져보면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글을 잘 쓰긴 참 잘 썼다. 할머니 세대나 알 법한 생소한 용어들도 많이 보여 나름대로 배울 점도 있고. 그런데 그 뿐이다. 뭐 어쩌라구? 자기의 흔적을, 자기가 살아온 세월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렇게 남기고 싶었을까? 차라리 수필을 쓰지. 뭔가 찜찜하고 석연찮다. 소설책 한 권 읽고 나서 이렇게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강한 경우는 또 첨 봤다! 뭘까, 이 요상하고 꺼림칙한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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