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 서양의 수 백년 된 성당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오래 가는 건축물 하나쯤 짓자고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대로 이미 수 백년 된 건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거 따라하는건 미련한 짓이다. 자기 자신에게 훨씬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는데 남의 것만 보이는 "남의 떡" 증후군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대체 언제쯤 100년 정당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는 우리도 오래된 정당도 좀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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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링크 놓침... -_-a)

 

[손호철의 정치논평/12월 8일] 열한살 된 장수정당?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1997년 11월 초. 여당인 신한국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아들의 병역문제에다가 이인제 의원의 경선 불복과 독자 출마로 고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사표를 우려한 표들이 집결하면서 지지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때 터져 나온 것이 외환 위기 사태였다. 놀란 이 후보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신한국당을 한나라당으로 개명했다.

 

한국 정당의 낙후성 웅변

 

이렇게 탄생한 한나라당이 얼마 전 창당 11주년을 맞았다. 10년간의 야당 생활을 지낸 뒤 정권을 장악하고 맞은 첫 창당일이었지만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창당 행사는 쓸쓸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의 창당 11주년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동안 한나라당이 우리 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적 공과로 판단한다면 나는 한나라당의 과가 공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한나라당이 당의 간판을 바꾸지 않고 11년을 버터 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엄청난 역사적 의미가 있고 한국 정치, 특히 한국 정당의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11년 된 정당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신생 정당에 불과하다.

 

그러나 툭하면 당의 이름이 바뀌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한국 정당의 낙후성 덕분에 한나라당의 11년 역사는 한국 정당사에서 세 번째로 오래 지속된 '장수 정당'의 기록이다. 11년 된 정당이 장수 정당으로 취급을 받다니, 10대 소년이 장수 노인으로 취급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처럼 한국정당의 후진성과 취약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한나라당이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지난 11년간, 반대편에 서 있었던 민주화운동 출신의 자유주의 세력은 당을 깨고 새로 만들고 또 부수기를 답습했다. 97년 대선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새 천년민주당은 여권의 프레미엄 덕으로 5년을 버텼다. 또 국민 경선제를 도입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도 만들어냈다.

 
노무현 정권 초기 나는 이 지면의 '개혁신당의 빛과 그림자'라는 글(2003년 5월 19일자)을 통해 그 동안 3김이 이끌어온 한국 정당의 낙후성을 생각하면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지만 노대통령과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정당개혁은 신당을 만들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정권만 바뀌면 새로운 정당이 생겨 대통령의 사당이 생기는 관행과 단절을 하고 정당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당은 다시 지난 대선의 바람 속에서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을 거쳐 지금의 민주당으로 재탄생했다. 한나라당 11년 동안 새천년민주당,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 대통합민주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등 5번이나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

 

이합집산 촌극 끝내기를

 

경제가 어렵고 이명박 정부가 죽을 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10%대 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양극화 등 지난 10년간 저지른 실정의 멍에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한데다가 새로운 지도자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패를 지켜온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도 작동하고 있다. 이제 11년 된 정당이 장수 정당 취급받는 촌극은 끝내야 한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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