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그 추종자들의 시각에서는, 지금 현재의 교과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고, "당연히" 당시 정권의 입맛대로 좌파적인 내용으로 바뀐(채워진) 것이므로 지금 이 시점에서 "제대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의도와 생각이야 어떻든 시대의 흐름이 오늘 이렇게 흘러왔고 그 흐름에 따라 또다시 앞으로도 시대가 흘러간다는 것을 모른다. 그들에게는 다만 정권의 음모와 그 반향만 있을 뿐이다. 시대의 흐름 정도는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들이 음모를 꾸미면 남들도 다 음모를 꾸미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자기들의 눈에 좌파로 보이면 남들의 눈에도 다 좌파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심한 것들. 나라 꼬락서니가 어찌되려고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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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12/h2008121502564325580.htm

 

[손호철의 정치논평/12월 15일]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II)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권인수위원회 등 이명박 진영에서 추진하던 여러 프로그램을 보며 이 지면(2008년 2월 4일자)에 던졌던 화두이다.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는 등 국가기구를 대대적으로 바꿨고, 노무현 정부도 국가기구를 개편했다.

 

정권 바뀌면 기구ㆍ교과서 개편

 

그런데 이명박 정부도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교육인적자원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꾸는 등 국가기구를 대대적으로 개편함으로써 정권만 바뀌면 국가기구가 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정권만 존재하는 꼴이라는 비판이었다.

 

이로부터 10개월이 지난 현재,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바뀌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역사교과서가 문제가 많다던 냉전적 보수세력의 시비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교과서를 승인해 주었던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름이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뀐 탓인지 지난 10월말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55개 항목 수정 권고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역사교과서 문제는 이명박 정부 대 수정을 거부하는 집필자들과 역사학자들의 힘 싸움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집필자의 동의가 없이는 수정을 할 수 없는 출판사에 대해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은가"라고 엄포를 놓았고, 역사교과서는 집필자들의 동의 없이 직권 수정에 들어갔다.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이 냉전적 인사들로 역사특강을 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교과부가 4ㆍ19를 데모로 폄하한 시청각물을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해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정권이 바꾸면 정책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구 자체가 바뀌고 한 나라의 역사 자체가 바뀐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레이건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이후 미국을 지배해 온 민주당시대를 끝내고 공화당 중심의 보수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렇다고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사 교과서를 바꾸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최근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정 전반에 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동안 부시 정권 하에게 가르쳐온 미국사 교과서를 진보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왜 유독 우리만 정권이 바뀐다고 국가와 사회의 근간까지도 바뀌는 것인가? 지동설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의 종교재판도 아니고 역사라는 학문과 과학의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정부가 두렵지 않은가"라고 호통을 치고 나서니, 이것이 과연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가?

 

결국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는 한, 4년 뒤 아니면 9년 뒤 민주당과 같은 민주화운동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다시 역사교과서가 바뀌고 그 뒤에 다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또 다시 역사교과서가 바뀌는 촌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자율성ㆍ연속성 보장' 제도화를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정권이 바뀌면 함께 바뀌는 부분과 그렇지 말아야 할 부분을 나누어 후자의 경우 정권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며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 문제는 보수, 진보를 떠나 모두 부딪칠 딜레마라는 점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역사 교과서 파동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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