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야 복수 표준어가 되어 있는 말들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좀 있다.


  제목에도 썼지만


따뜻하다

따듯하다


  이 두 말이 모두 표준어란다. 아무리봐도 오타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따듯하다"라는 말이 "따뜻하다"라는 표현보다 부드럽고 여린 느낌을 주는 표현으로, 이미 표준어로 자리잡았단다. 제길. 대체 누가 저런 표현을 쓴단 말이냐!?


또,


터뜨리다

터트리다


깨뜨리다

깨트리다


  이것들 역시 모두 복수 표준어란다. "-뜨리다"는 모두 "-트리다"로 쓸 수 있단다. 이쯤되면 참 어이가 없다. 아무리 표준어라는 것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곤 하지만, 이건 정도가 좀 심한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음을 "-트리다"로 하기 때문에 복수 표준어가 된 것이다? 아예 "외가집"도 "왜가집"하고 같이 복수 표준어로 삼아야 할 것 같은 기세. 그것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이미 발음하고 있으니까. 좀... 우습지 않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쓰더라도 잘못된 표현은 잘못된 표현인 것 아닌가?


  몇 해 전 "-읍니다"로 썼다가 온갖 비아냥과 비웃음을 받았던 모 인사가 있었다. 나도 비웃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읍니다"가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 있나? 수십 년간 그 표현이 올바른 표준어였고 거기에 따라 그렇게 평생을 써온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별 공지도 캠페인도 없이 바뀌어버린 표준어에 따라 자기가 쓰던 표현을 제깍제깍 잘 고칠 수 있을까? 표준어가 그렇게 바뀌는 것에 대해 사회적 동의를 구한다든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라도 한 적이라도 있었던가? 내 기억으론 그런 거 없었다. 걍 어느날 갑자기 바뀌었다. 표준이 바뀌었으니 별 생각없이 바뀐 표준에 따라 바꿔썼을 뿐 문제의식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점점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표준어를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 단순히 그냥 표준어니까? 표준어도 결국 나와 똑같이 이 사회를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일진대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들이 내려지는 것들을 보다 보면, 대체 누구들이, 어디서, 어떻게, 왜 바꾸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이렇게 말하면 나더러 무식하다느니 모르면 닥치고 따라하기나 하지 왜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느니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헐~ 이란 소리밖엔 안나온다.) 표준어를 제정하는 어떤 기준이나 원칙, 그리고 그 과정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표준어 제정도 역시 온갖 이해집단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략적으로 결정되는 그렇고 그런 것들일 뿐일까? 진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짜장면" 사건에서도 그렇듯 문제가 많아 보인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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