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 인물과 사상사 (2001-04) (읽음: 2001-07-18 08:03:31 PM)

- 강준만 지음

 

- "많은 시민이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지고 있고, 다수의 국민이 같은 이유로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대다수의 국민이 극소수에 의해 휘둘리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대다수의 국민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점을 기존 정치권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뛰어 넘어서 우리 정치를 현재의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현실적이면서도 상세한 논거와 시원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가 될만하다고 감히 말할만한 책이다.한국인은 정치가 제일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역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넣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100% 전가시킨 다음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어이없는 <국민 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지식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불신과 냉소와 혐오의 바다에서 빠져 나와 기존의 '정치 죽이기' 게임을 즉각 중단하고 자신에게도 부과된 책임을 이행하는 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 노무현은 한국 정치판의 희생양인가!

- 한국에는 이상한 신화가 떠돈다. 일반 서민은 물론 지식인, 언론, 심지어는 재벌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라면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 모두들 개혁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국 사회는 바뀌지 않는 것이다. 

- 과연 한국 사회는 개혁을 원하는 걸까? 대다수 국민들은 막연하게나마 개혁을 원한다. 지식인, 언론, 시민단체는 이런 정서를 등에 업고 정부와 정치인들을 욕한다. 그러나 모두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정말 개혁을 원하는 걸까?

* '인질'로 잡힌 한국인은 개혁을 원치 않는다

-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건 수구 기득권 세력만이 아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들의 지배 체제하에서 대중의 의식과 관행은 길들여졌다. 대중의 마음은 하늘을 날 망정 그들의 몸은 기득권 세력이 구축해 놓은 기성 질서에 볼모로 잡혀 있다. 이건 일종의 인질 극이다.

- 우리는 입으로 '변화'를 말하면서도 어느 조직이건 지도자는 기성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돈 선거'를 욕하던 사람들도 막상 깨끗한 정치인을 대할 때는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는 "나 같이 선량한 사람은 너를 지지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는 '대통령감'이 될 수 없어"라는 묘한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 중심에 노무현이 있다. 그는 늘 대중적 지지도에서 선두권을 달린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지지하기에 너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총론에서 개혁, 각론에선 이기주의. 지금 한국인은 바깥을 향해선 개혁을 외치지만 막상 본인이나 본인이 속한 조직이 개혁의 대상이 될 때는 이기주의자가 된다. '내부 고발자'도 다른 조직원일 때는 '양심선언자'가 되지만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일 때는 '배신자'가 된다. 정치판을 욕하면서도 막상 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나라 일꾼'이 아니라 '동네 일꾼'을 뽑는다.

- 노무현은 불안한 사람? 언론은 386출신 초선의원들에게 '튈 것'을 요구한다. 기존 정치판에 순응하지 말고 당 보스에게도 소신껏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을 노무현이 하면 '돌출행동'이라 비판한다. 왜 언론과 한국 대중은 이중잣대를 갖는가? 

- 망국병이라는 '지역감정'. 모두들 지역감정을 망국병이라 부르지만 지역감정에 몸을 던져 도전하는 정치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는 지역감정의 희생자이자 정치판의 패배자가 될 뿐이다. 노무현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 사회는 선거철만 지나면 지역감정을 부추긴 정치인에 대해서도 잊는다. 결국 일단 승리하면 되는 사회다.

- 한국은 학력차별을 진정 극복하고자 하는가. 모두들 교육문제로 고통 당하며 유독 학력차별이 심한 한국 사회를 꼬집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의 명백한 '학력차별적인 발언'에 대해서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다수 언론이 그의 입지전적인 경력을 장점보다는 정치적 결점으로 지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정치인에게 거대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는 생명과도 같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러한 언론에 굴종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언론개혁에 대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거대 언론권력에 맞서 소신을 펼친 노무현에 대해서 기회주의자의 발언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91년 명백한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에 대항해 정치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해 일관된 소신을 지켜왔다. 과연 누가 기회주의자들인가? 

- 정치인은 지식인처럼, 지식인은 정치인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 우리 사회는 정치인을 지식인처럼 행동하라며 정치권을 나무란다. 반면, 소신대로 행동하는 지식인에 대해선 세상 물정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이라며 정치인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 은 '국민 사기극'이다. 한국인이 정말 원하는 리더십은 시늉만 내는 '처세술'인가? 그러나 리더십은 결코 테크닉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기성 정치인에게는 처세술에 뛰어난, 노회한 정치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이런 자를 '지도자감'이라 추켜세운다." (Yes24 책소개글)



- 강교수의 '김대중 죽이기'이후 새로운 '죽이기' 시리즈로 보아도 무방할 듯. 노무현을 죽이려는 언론, 특히 '조선일보'의 음모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친다. 


- 책을 읽는 와중에 아주 반갑게 보인 이름, 파울로 프레이리.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교육학의 대가 이름이 보여서 즐거웠다. Axis... 불현듯 과거에 '교육과 실천'에 대하여 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프레이리가 언급한 '민중속에 있는 이중성의 왜곡'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을 지지한다!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나쁜가? 아니다. 이 빌어먹을 한국사회에서는 늘 누구편, 또는 어용 등과 같은 말로써 누구를 지지하거나 편드는 것을 증오한다. 언제나 '양비론' 내지는 '격하', '비방'만이 판을 친다. 
이제는 강준만 교수처럼 마음에 드는 누군가의 편을 들 수 있어야 한다. 


- 지역감정의 7대 해악 
① 국민의 저능화 
② 사회정의 실종 
③ 연고주의 확산 및 강화 
④ 정치 파탄 
⑤ 정책적 이슈의 실종 
⑥ 정책의 정략적 왜곡 
⑦ 균형 발전 저해 



- 정적 평가(static evaluation)의 오류 : 학습된 무력감. 
이것이 한국병의 근원이자 정치를 보는 '패배주의적' 시각의 원인이다. 
이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 "한국의 지식인들에겐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건 수치로 통한다. 어떤 지식인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하면 그 정치인의 무슨 '브레인 집단'에 참여한 걸로 아는 게 한국 지식계의 풍토다.(p.230)

비단 지식인 뿐이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위 '젊은 세대'들은 더하다. 
오호~ 통재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 "개혁하자는 것은 무엇인가를 바꾸어 보자는 소박한 바람이 아니다. 그것은 타락한 사회를 걷어치우고 무너진 사회를 되세우자는 절규이다. 그것 없이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다.(p.267 ; 『우리는 부패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재인용)

그렇다. 과거에 외쳤던 '혁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는 혁명과 개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 한국사회의 파편화 : '국민 사기극'의 진수(眞髓)이다. 

"어느 '조폭 신문'이 무슨 짓을 하건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내 관심사는 오직 내가 그 신문을 이용해 내 관심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뿐이다. (p.297)" 

오호~ 통재라... 바로 이것이 문제다! 


- 냉소, 패배주의를 극복하자. 어떻게? 
첫째로, 언론이 개혁되어야만 만사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고, 
둘째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스스로의 시각 - 이중잣대를 버려야하고, 
세째로, 한국정치는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맞는가.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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