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자존심 - 인물과 사상사 (2002-05) (읽음: 2002-07-22 11:51:19 PM)

- 강준만

 

- "2002 대선을 향한 강준만의 제언을 담았다. 노무현과 김대중, 노무현과 조중동 족벌신문의 관계, 색깔논쟁, 학벌-연고주의, 그리고 노무현의 비전과 정책 등에 관한 본격적인 논쟁을 총 여섯 장에 걸쳐 펼쳐내고 있다.

강준만은「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서 썩은 정치에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이른바 국민사기극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지식인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들이 '정치죽이기'를 중단하고 불신과 냉소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자신에게도 부과된 책임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그 '책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주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존심 회복'이다.


저자는 '노무현 바람'의 진정한 의미를 '정치의 갱생'에서 찾는다. 

[정치의 갱생은 한 사람이 일하던 방식을 5천만이 일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5천만이 동시에 일하려면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지도자를 '들쥐떼'처럼 따르는 충실한 신민(臣民)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깨인 국민이 필요하다. 이제부터의 싸움은 '자존심 게임'이다.]


저자는 우리 국민의 지도자관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권위주의의 질서하에 속박당하지 않으면 무언가 불안하게 생각되는 착란의 상태가 우리 각자의 내면에도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검토해 볼 일이다. 2002년 대선은 '보혁구도'의 싸움도, 지역주의 싸움도, 'KS대 상고(商高)'의 싸움도 아닌, 바로 자존심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던 일백 년 묵은 '내 마음 속 공포'와의 싸움이라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리브로 책소개글)


- 초판이 출간된 지 겨우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적 괴리감을 느끼면서 읽었다. 그만큼 한국의 정치, 사회가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는 시기라는 반증이리라... 

- 전체적으로 2002년 대선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목표와 반드시 관철되었으면 하는 소망들이 일목요연하게, 때로는 장황하게 서술되어 있다.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 지역통합, 연고주의 배격 등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이미 숱하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본 것들이지만 결코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내기가 녹록치 않은 것들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와중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 몇 대목 와 닿았던 글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국제 경험이나 국제 감각이니 하는 게 사실 웃기는 거다. 물론 해외 여행하는 거야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야 하겠지만 그거 안 했다고 무슨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는 건 정말이지 촌스러워 못 봐주겠다. 제발 좀 글로벌하게 놀자." 

"'한국민의 국민성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 지도자를 따라갈 것이며, 한국민에게는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 
1980년 8월 8일 주한미군 사령관 존 위컴이 한 말이다. 
...위컴이 지칭한 들쥐란 여느 쥐가 아니라, 북미 지역과 노르웨이 등의 북유렵에 서식하고 있는 레밍(Lemming: 나그네쥐)이란 특별한 종이라는 걸 밝히면서..." 

"...그러나 나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은 한국에 큰 축복이었다는 것만큼은 의심하지 않으며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오기가 아니라 그건 진실이다. '통합 한국'을 위해서다. 
특정 지역 사람들만 일방적으로 죽여 놓고 한국이 잘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통합 한국'의 최대 장애를 불완전하게나마 일단 넘어선 이상 '통합 한국'을 위한 제2단계의 프로젝트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반동(反動)은 금물이다. 그건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부정부패의 경우도 그 관행은 척결하되 사람까지 척결하는 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 식의 개혁은 거센 반동을 낳는다. 오랜 세월 총체적 부패구조를 견뎌온 우리 모두가 공범(公犯)인 상황에서 운(運)에 따라 처벌받거나 무사하다는 건 너무도 불공평한 일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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