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14권 - 북박스(2006.06) (읽음: 2007/01/18 22:40)

 

- 김대우 지음

 

- "무협과 판타지를 결합한 '퓨전' 소설. 중원 무림에서 살고 있던 천화는 어느날 우연히 차원의 문을 지나 '그레센'이라는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다. 그 후로 '이드'라는 이름을 새로 갖게 된 그가 무림의 무술로 판타지 세계를 살아가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모험 이야기." (알라딘 책소개글)

 

- 완결됐다. 몇 년 전에 13권까지 봤던 책인데 최근에 마지막 편이 나왔길래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오죽 읽을 책이 없었으면 첨부터 또 봤을까. 미쳤지...

 

- 읽다가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중간 이후는 그나마(적응이 돼서 그런건지) 봐줄 만 했지만, 도대체 몇 번을 되읽어야 겨우 이해가 되는, 앞뒤가 연결도 되지 않는 문장 구조 하며, 엄청나게 많은 오타에, 지겹지도 않은지 "인형", "인영"을 끊임없이 남발해대는 짜증나는 무협식 문체 하며, 글짓기 좀 할 줄 아는 초등학생도 이보단 낫게 쓸, 건성건성 습작 수준도 되지 않을 글을 소설이랍시고 버젓이 출판까지 해가며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의 충격이 또 왔다!

 

- 중원에서 대체 왜, 어쩌다가 판타지 세계로 왔는지 끝까지 언급이 없다. 끝까지. 개연성도 없는 데다, 그렇다고 배경 설명도 없다. 무슨 누님이라든가 무슨 사부님이라든가... 뭐 하여간 등장시켜 놓은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다. 주인공의 오늘을 있게 한 중요한 배경인물들에 대해 이따위로 말을 아끼려면 왜 등장시켰는지 모르겠다.

 

- 팔찌 하나로 현대로 다시 이동한다. 빛과 어둠과 혼돈의 힘이란다. 현대에서 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제로]라는 단체를 등장시키고, 또 판타지 세계에서 분실되어 건너온 검을 등장시킨다. 참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나마 중간중간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어디 다른 소설들에서 베꼈는지 재미있는 대목도 많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는 동안 글쓰기 실력도 조금 늘어 가는지 어색하고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부분도 꽤 많이 줄어든다.

 

- 결론은, 없다.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일리나라는, 얼떨결에 와이프가 된 엘프를 찾아 다시 판타지 세계로 간다. 그리고 만난다. 그게 끝이며 결론이란다.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짜증나게 만든다.

 

- 이따위 글을 버젓이 책이랍시고 내니까 판타지 소설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이다. 이따위 글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수준도 진작에 알아봤지만...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판타지 애독자인 나로서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화가 날 지경이다.





이런 비판 가득한 글을 쓰고 나면 간혹 이 글을 보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에 대한 대답은 아래와 같다.


Q저기요; 제가 님이 적으신 것들을 읽어왔는데요.. 대부분 다 비판밖에 없다고 보네요; 대체 님이 원하는 판타지소설 내용은 어떤 이야기여야 하는건지 잘 이해가 안가네요;;


A: (2009.01.02 12:24 작성)

별로 대답해드릴 가치가 없을 것 같지만-안보실 것 같으니까- 굳이 대답해드린다면,

제가 "원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다른 판타지에 대해서 쓴 서평들까지 다 읽어봤다면 주로 어떤 부분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왔는지 아실 텐데 그런 질문을 하신 것이 납득이 되지 않네요.


대부분 다 비판하지도 않았고요, 비난 받아 마땅한 일부 책들만 주로 비난했지요.


아무튼, 제가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작가적 성의나 정성이랄까... 그런 부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죠. 다른 유사 장르-예를 들면 일반 소설이나 수필, 만화 등-의 책들을 읽어보세요. 아무리 허접하고 내용이 없더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플롯의 구성이나 문법은 제법 탄탄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탈고할 때 가능한 한 오타나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은 거의 수정해서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읽고 나서 재미가 없다거나 이거 영 허접하네 라는 식의 반응은 있을지언정 위 글과 같은 반응은 나오기 쉽지 않죠.


그게 차이입니다.


유독 판타지에서만 작가부터 출판사까지 너무나 수준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책은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습니다. 책을 펴내는 행위는 작가에게는 자식을 길러 세상에 내보내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책을 자기의 분신이나 자식처럼 생각한다면 과연 이런 글을 책으로 감히 펴낼 수 있을까요? 남에게 욕을 얻어먹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부끄럽지 않을까요?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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