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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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 얼굴 
엄기호 (지은이) | 낮은산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법 대신 '투자'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 대학등록금이나 연금기금을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 도박판에 배팅하게 되는 사회, 개인의 집합체를 이끄는 최고 지휘자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화된 금융자본인 사회.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바라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이다. 

10여 년간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에서부터 유럽까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제연대운동을 해온 저자, 엄기호가 신자유주의가 발흥하고 번성하는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철학, 윤리학, 인류학의 눈으로 정리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 감수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유년기, 청ㆍ장년기, 그리고 죽음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찰해 나간다.



뉴타운을 둘러싼 정치적 소동은 신자유주의가 ‘예외’라는 기제를 작동시켜 어떻게 민주주의와 주권을 압도하고 국민을 내부로부터 분할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뉴타운에 몰표를 던진 이들처럼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먼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습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와 가까운 미래만을 내다보며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계산할 뿐이다. (49쪽)

전세계 곳곳에서 경찰은 치안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작전을 펼치고 있다. 작전을 펼쳐야 하는 지역을 포위하거나 점거하고, 그 안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듯이 신속하게 속도전으로 일을 처리한다. 행정에 속하는 치안과 경찰의 영역이 국방의 영역으로 옮겨간 꼴이다. (…) 이러한 탄압은 단지 독재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의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야만이다. 초국적 자본과 대지주, 개발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회적 타협도 시도하지 않은 채 속도전을 펼치는 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 이것은 페루나 카메룬처럼 못 사는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촛불에서부터 시작하여 미네르바를 거쳐 용산으로 이어진, 바로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84-185쪽)




엄기호 
1971년 ‘단칸 셋방살이’ 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생산직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근면하신 아버지와 머리가 비상하고 수완 좋으신 어머니 덕분에 가난에서 탈출하여 중학교를 다닐 즈음에 자기 방을 가진 시골의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일찌감치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을 한 큰누나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으며 사춘기 시절을 요상한 책에 둘러싸여 보내며 사회와 교육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왔다. 워낙 겁이 많고 몸이 허약한 터라 대학에 들어가서는 가톨릭 학생회를 중심으로 해서 학생 운동의 언저리에서 맴돌았지만 돌멩이 한 번 못 던져 봤다. 대학 공부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 즈음에 조한혜정 선생의 수업을 들으며 문화인류학에 매료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다 우연히 국제연대운동을 하는 단체의 제안을 받고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나 한동안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에서부터 유럽까지 신나게 세상을 돌아다녔다. 세상 구경이 슬슬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고 느낄 때쯤 사람은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자센터와 (주)우리교육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세계를 연결하는 교육을 만드는 일에 한동안 열중하다 지금은 연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여전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경계를 넘는’ 연대와 인권, 교육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닌다. 아 참, 진보신당 평당원이다.
요즘은 대학에서 학생들과 공동으로 ‘진리와 맞서 사유를 확장하는’ 수업을 실험하는 일과 우리신학연구소와 인권연구소 창을 중심으로 하여 개인의 권리를 넘어 인권 담론을 급진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포르노, All Boys Do it!』(우리교육, 2000) 『닥쳐라, 세계화』(당대, 2008) 등의 책을 썼다.




      

들어가는 말
신자유주의, 넌 도대체 누구냐?

신자유주의 포박된 신인류의 삶

1. 태어날 때부터 발버둥 쳐야 한다
-브랜드 아파트 단지와 특목고, 탈락하지 않기 위한 성채

2. 청년, 시한부 사랑을 하는 무산자 계급이 되다
-지방대생과 비정규직의 운명

3. 평생,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와 함께한다
-외환위기 이후, 자유에 권리를 빼앗긴 우리 모두

탈락한 자들의 귀환

4. 팔 것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 생명을 나눠 갖고, 소비하는 신자유주의

5. 탈락한 자에게는 쓸쓸한 묘비명조차 없다
-시장도 복지도 외면한 사람들

6. 국가의 반격
-사회 운동의 범죄화와 끊이지 않는 전쟁

7. 탈락한 자들의 급진적 귀환
-조류독감, 광우병, 촛불한 급진성

나오는 말
사유와 연대의 페다고지를 향하여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이 시대를 진단하는 키워드는 단연코 ‘신자유주의’라 할 만하다. 그런데 정작 “당신이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비정규직 확산, 노동의 유연화, 금융자본주의… 같은 개념 몇 가지 외에는 더 말을 잇지 못하는 독자라면 이 책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예술에서도, 근본적으로 삶의 철학에까지 침투해 우리를 온통 피폐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언제 어떻게 태동했으며, 지금 한국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는 ‘우리 삶은 도대체 왜 이렇게 팍팍해지기만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한번쯤 던져보았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문적 성찰을 제공한다. 

저자 엄기호는 최근 10년 가까운 기간을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에서부터 유럽까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제연대운동을 해왔다. 그 덕분에, 신자유주의가 발흥하고 번성하는 모습을 다각도로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재 연세대 문화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철학·윤리학·인류학의 눈으로 다시 정리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 감수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유년기, 청?장년기, 그리고 죽음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찰해본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에 사로잡혀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가 펼쳐내는 일련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개인과 가족, 사회 차원의 경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수성이 통째로 바뀌었다. 자유의 이름 아래 인간의 권리는 인간의 의무로 교묘하게 바뀌었고, 노동은 자기 관리의 문제, 즉 자기 자신에 대한 경영의 문제로 바뀌었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지속적인 친밀한 관계도 순간적이고 소비적인 관계로 대체되었으며,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져야 하는 주권과 시민권은 능력에 따라 차등을 두어 들쭉날쭉하게 나누어졌다.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법 대신 ‘투자’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 대학등록금이나 연금기금을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 도박판에 베팅하게 하는 사회, 사회가 무엇을 해주기 바라거나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비굴한 노예 취급하는 사회, ‘개인’의 집합체를 이끄는 최고 지휘자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화된 금융자본인 사회. 사회운동은 범죄화 되고 통치는 군사화 되며, 국가는 각종 ‘전쟁’을 통해서만 버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바라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이다.
저자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여전히 소시민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며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지금은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사람만 탈락하고 망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언제든 예외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대이다. 현실은 이미 나의 문제로 다가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교묘하게 우리 자신을 속이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이 착각에 말려 버리면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누구나 예외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도덕이 탄생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마지막 도덕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에게도 의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자기 몸은 자기가 돌보라!’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 누구에게도 위로를 기대하지 말고 너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 살라는 명령이다.”

은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몇몇 외에는 이러한 상황이 공포일 수밖에 없는데도, 타인과 고통에 대한 감수성 역시 바뀌어 버렸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공포가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서 부정한 사회에 대해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먼저 느낀다.” “이런 세상에서 타인과의 연대, 아니 하다못해 연민의 감각이라도 생겨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반값등록금’을 위해 연대투쟁하기보다는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쌓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청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편에 서지 못하는 정규직 노동자들, 노숙자나 성 소수자, 이주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공격… 이런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가치의 확산에 따른 필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유와 연대의 페다고지를 향하여
오랜 기간 동안 독재 정권에 맞서 온 한국의 역사에서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체절명의 가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 또다른 ‘자유’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자유에 맞선 자유”를 “상상해 낼 수 있는 힘과 영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진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교육,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맞서는 깊은 사유가 필요한 것이다. 





교형이 또 책을 냈다.

끙... 아직 다른 책(장길산)을 다 읽지 못해서 전번의 책 "닥쳐라, 세계화!"도 못 읽고 있는데, 그새 또 책을 썼다.

강준만 선생처럼 엄청난 다필 작가가 되려는건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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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다 읽었다.

예상대로의 책이었다. 신자유주의의 해악과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씁쓸하다. 패배주의를 경계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쓴 책이겠지만

책 속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패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

한국을 떠나야겠다... 라고 종종 마음먹지만, 책을 보고 나면 한국을 떠나도 별 볼 일 없겠구나 하게 만든다.

 

그리고...

학교 후배 이야기도 나왔는데, 내 후배이기도 한 것 같은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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