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1~12권 - 창비 출판사 (2004-05)

 

- 황석영 지음

 

-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 만에 완성된 황석영 대하소설 『장길산』은 해방 이후 남한 최고의 역사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은 작품의 명성에 걸맞게 지금까지 30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완간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장길산』이 작가의 방북사건으로 투옥중에 출간된 개정판(1995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12권으로 새롭게 단장돼 출간됐다. 10년 전에 조판해 낡아 보이는 글자를 요즘 독자들이 읽기 편안하게 바꾸었고, 각권 분량도 요즘 독자의 호흡에 알맞게 300면 내외로 재조정했으며, 작가가 줄거리 위주로 장을 새롭게 나누면서 끝부분 <종장 귀면>과 <운주 미륵>의 일부를 수정해 개정판을 다시 내게 되었다.('작가의 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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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웅대한 규모의 소설은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과 사랑, 미륵신앙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던 새 세상을 향한 염원을 아로새긴 걸작이다. 작가는 숙종조 조선후기의 산야를 무대로 삼고 여기에 실존인물인 장길산을 등장시켜 결코 좌절하지 않는 민중들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수많은 인걸들의 활약을 거침없이 펼쳐놓는다. 천한 노비의 소생인 장길산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의지를 키워나가는 과정, 그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녹림당을 조직하여 지배층에 대항하는 모습, 그러한 개인적 실천이 민중에게로 확대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장산곶 매의 애처로운 죽음을 읊은 프롤로그와 운주사의 천불천탑(千佛千塔) 전설을 다룬 에필로그 사이에는 열두 마당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한반도 전체를 무대로 수많은 인물들이 치고받는 무협활극이 있고 천출(賤出)의 백성들이 개인적인 원한이나 사리사욕을 딛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역사가 있다. 또한 길산과 묘옥, 여환스님과 원향의 애틋한 마음을 서사의 한축으로 엮어가며 생활의 디테일들을 풍요롭게 보여주는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가 담겨 있다. 

한편『장길산』은 2004년 5월 17일부터 SBS 대하드라마로 방영된다. 새롭게 선보이는 『장길산』 개정판이 오늘날 독자들을 위한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말] 2004년 4월 황석영------- 

지난 1994년에 옥중에서 현암사 판 『장길산』을 다시 살펴보다가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개정판을 내리라고 작정하게 되었다. 오자와 탈자가 제법 많았는데 이는 원래 신문에 연재되던 것을 그대로 원본으로 삼은 탓에 책을 내면서 미처 바로잡지 못한 것들이었다. 신문연재란 창작의 순발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곳곳에 본격문학적 긴장을 풀어줄 놀이의 요소를 적당히 배치해둬야 하는 등의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작가로서도 1974년부터 십년에 이르는 집필기간의 연속된 긴장 가운데서 여러 단원의 매 고비마다 쉬었다 가거나 놀다 가는 느낌이 확연한 부분이 많았다. 1995년 창비에서 개정판을 내면서는 이런 부분들의 때를 벗겨내고 싶었다. 
특히 1991년 봄, 마지막으로 방북했을 때에 평양 문예출판사의 제의로 북한에서의 출판에 응하게 되었는데 책임교정자는 벽초(碧初)의 손자인 외우 홍석중(洪錫中)형이 자청하여 결정되었다. 그때에 내가 먼저 '너무 야한 남녀상열지사'와 '지나친 패설(悖說)'은 빼어버리자고 제안하자 홍형은 "나도 재미를 봐야 할 거 아닌가"고 허튼 소리를 하더니, 나중에 북에서 출판되었다는 소문만을 뉴욕에서 전해듣고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어쨌든 『장길산』은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판된 유일한 책이 되었다. 당시 나는 옥중에서 이러한 사정을 밝히면서 '작가의 말'을 썼지만 옥내 검열위원회는 나의 글이 출판되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서 끝내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첫 개정판에는 나 대신에 문학평론가 최원식(崔元植)형이 '덧붙이는 글'을 써넣었다. 
원래 평론가들의 글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소싯적부터의 원칙이지만 몇마디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장길산』에 대한 평론이나 해설은 곳곳에 많으니 일일이 거론하기는 생략하고 다만 평론가와 작가의 일치된 의견 가운데, 역사소설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 못지않게 그 소설이 언제 씌어졌느냐 하는 당대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말해두고 싶다. 즉 『장길산』을 두고 '남한 진보진영의 초상'이라면 좀 지나친 말이겠지만 197,80년대 유신독재와 신군부의 광주학살로 이어지는 엄혹한 시대 가운데서 '민중성'이란 무엇이었는가를 돌이켜볼 수는 있겠다. 또한 새로운 세기에 미국식 세계화라는 이행기를 맞은 동아시아와 주변부 나라들이 오래 전부터 그려오던 민중적 문명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구는 이 소설이 농민을 위주로 하지 않았다는 둥 또는 반대로 이제 농민 중심의 개혁론은 낡은 게 아니냐는 둥 중구난방이던데, 그야말로 사회과학적 잣대로 인생을 재단하던 지난 시대의 묵은 습관일 것이다. 우선 전체의 흐름을 보고 강물 같은 역사 속에서 현재에도 존재하는 사람살이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 일이다. 
이번에 개정판을 다시 내면서 그동안 달라진 독자들의 독서습관에 맞추어 활자도 조금 키우고 단원 나누기도 줄거리 위주로 좀더 짧게 하여 늘어지게 읽기보다는 한숨씩 쉬게 해주기로 작정하였다. 그래서 장을 나누는 부분이 달라졌고 맨 끝부분인 '귀면(鬼面)'과 '운주사 전설' 부분을 고쳐썼다. 
원래 장길산은 숙종 연간인 병자년 역란(逆亂)에 이름이 나온 뒤로 붙잡히거나 출몰하지 않고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데, 나중에 연대가 훨씬 위인 연산군 때 도적 홍길동을 그렸다는 광해군 무렵 허균(許筠)의 소설에 잠깐 거론된다는 것은 내가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미 밝혔던 바다. 우리에게 전해진 '언문소설'이 대개는 안성본인데, 이들이 제작된 것은 안성이 서울에 가까운 삼남 물산의 집산지로서 중요 저자로 부상한 뒤일 테니 아마도 영정조 때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 전에 장길산이 사라진 뒤에도 그에 관한 소문은 민중들의 구전을 통하여 끊임없이 전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사실은 이미 실학자 이익(李瀷)이 그의 책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조선의 3대 도적을 거론하며 지적했던 점이다. 
나는 장길산이 사라진 뒤에 상징적으로 역성혁명과 민중운동의 사상이 어떻게 백성들 사이에 전수되고 기억되는가를 이야기체로 덧붙이고 싶었다. 그래서 '봉산탈춤'과 '가짜 장길산의 죽음'을 연결해보려고 하였다." (출판사 서평)

 


- 엄청 오래 읽었다. 책을 읽는 와중에 황석영의 MB 중도 실용정권 어쩌구 하는 스캔들도 있었고... 좌우지간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침 저녁 출퇴근시간에만 읽다 보니 진도 무지하게 안나가는... 그런 책 중 하나였다.

 

- 내용에 배경 묘사가 상당히 많은데, 잘 알지도 못할 지명, 산, 계곡 등등을 수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도 묘사를 하는 바람에 흐름이 끊어지고 굉장히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무슨 사료 수집 전문서적도 아니면서 무슨 무당굿이며 무슨 노래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저리주저리, 읽어내려가기 힘들 만큼 장황하게 서술해 놓은 것 역시 리듬감 있게 책 읽는 데 굉장히 걸림돌이 되었다.

 

- 결정적으로 책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것은, 현대어에는 없는 고어나 사어들이 엄청나게 많이 사용된 점이다.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의 예를 들면 "철릭", "구군복" 등 복장에서부터 온갖 용어들이 너무나 낯설어 국어사전을 일일이 찾아본 다음에야 그게 무언지 겨우 알 만했다.(그래도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_-a) 내가 무식한 걸까? 책 내용 중에 인용된 각종 어록(?)이나 한문으로 써 있던 것을 번역한 듯한 투의 글들 역시 많은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 위와 같은 군더더기들을 제외하면, 썩 훌륭한 책이다. 장길산이 끝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숨어든 것으로 결말을 맺은 것이, 요즘처럼 대체 역사소설이 난무하는 시절에 돌아 생각해보면, 좀 다른, 그럴 듯한 결말을 맺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10점 만점에 7점, 별 세 개 반 정도 줄 수 있을 듯 하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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