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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노예'… 한국의 IT개발자가 사는 법
[IT 일상다반사] 개발자 스스로 '권리 찾기' 나서야
기사입력 2010-08-12 오전 8:49:43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본사에서 근무하는 최준형(가명, 40) 씨는 얼마 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의 정식 직함은 소프트웨어팀의 'Research Manager'. 음성패킷망(VoIP) 개발부서의 개발팀장격이다. 한국에서 그와 비슷한 직군에 종사하는 이들은 '개발자'로 불린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노예'나 '막노동자'로 분류하며 자조하곤 한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명문대 공대를 졸업해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의 경력을 시작했던 최 씨 역시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면서 얻은 환멸을 뒤로 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 주말도 없이 일했죠. 알아서 나오는 거예요. 처음 3년 동안은 추석, 설날 당일 빼곤 쉬지 않고 출근했어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었고요. 밤 새는 것도 부지기수였죠. 6년 동안 이렇게 살다가 얻은 게 과로였어요. 저는 신장과 간에 이상 진단 받았었고요, 스트레스성 장염이나 위장병으로 쓰러지는 동료도 허다했어요. 이런 일 이쪽 업계에선 당연한 일이에요."
왜 공학도들은 충성을 거뒀나
최 씨는 그래도 열심히 일한 만큼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당시 그가 참여해 구축했던 시스템은 지금도 공공기관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쓰인다. 과장까지는 쉼 없이 진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좌절감을 맛봤다.
"칭찬 뿐이었어요. 보너스가 나오는데, 항상 기술직은 일률적으로 연봉 5% 상승이 끝이더라고요. 실적 수당 500%는 영업직과 관리직에만 돌아가고…. 갈수록 일은 늘어나는데, 경기가 나빠지니 연봉은 또 기술직부터 동결시키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작은 회사로 옮겼어요. 그나마 여긴 근무환경은 조금 더 편했어요. 그런데 역시 기술자 천대하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외환위기가 오니 연구개발직부터 해고했습니다. 회사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노예라고 해야 하나요? '절대 이길 수 없는 현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회의만 느끼다가 선배의 권유로 2002년에 시스코로 옮겼죠. 운이 좋았어요."
시스코의 노동 강도는 한국과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개발업무에 경험이 충분한 매니저는 개인 능력에 맞게 일을 할당했고, 이에 따라 야근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출퇴근도 자유로웠다. 그저 하루에 8시간 노동만 하면 그만이었다. 실력은 금세 인정받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에서 하던 대로 일하다 "너무 열심히 일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아 이러니한 일이었다. 이렇게 여유로운 회사는, 오직 일만 바라보고 달린 한국의 개발자들이 전력을 기울였도 개발하지 못했던 네트워크 장비를 손쉽게 만들어냈다. 현재 시스코는 한국의 통신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수출수입을 거두고 있다. 최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만 수백 명이라고 한다.
오직 컴퓨터가 좋아, 프로그램 개발에 짜릿함을 느껴 개발자 경력을 시작했다 좌절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개발자를 잘 대우하기로 소문난 한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근무했던 이인화(41, 가명) 씨는 아예 '이 바닥이 싫어' 업계를 떠났다.
"사장님이 정말 특이한 사람이었어요. 무조건 빨리 출근하고 오래 책상에 붙어 있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니 자연히 회사는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죠. 이러니 누가 열심히 일하겠어요? 일찍 출근해서 낮엔 놀다가 밤에 들어와서 밥 먹고 야근하고…. 자연히 회사의 개발 능력은 안 늘어나니 온통 남이 만든 코드 갖다 베껴서 대충 제품 만들고. 괜히 저 혼자 '잘못됐다'고 말하고 다니다 사장님한테 찍혀서 한직으로 배치받았죠. 어떻게 더 다닐 수가 있겠어요? 이제 이 바닥은 지긋지긋해요."
이 씨가 근무했던 회사는 워낙 강한 노동 강도로 인해 직원들이 집에 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아파트의 방 몇 개를 계약해 한 집당 직원 십여 명이 숙소로 사용하며 살았다.
"사장님이 일을 많이 하길 원하다보니, 가정이 있는 사람은 싫어했어요. 한번은 손님 만난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말투로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혼한 애 많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기가 차죠. 우린 사람도 아니에요?"
많은 IT개발자들 을 만났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공학도로서 삶이 지긋지긋하다는 것이었다. 관리직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노동강도, 그리고 마치 '언제든 쓰다 버릴 부품'처럼 취급받으며 그저 정체되어 가기만 하는 현실에 상당수 개발자들이 좌절하고 있었다.
이는 얼마 전 뉴스로 소개돼 충격을 안겼던 거대 금융기관 계열사 직원 양모(34) 씨의 사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양 씨는 수년 내내 자정을 넘는 시간까지 일하다 면역력 저하로 인해 지난해 1월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연차 휴가가 남은 상태에서 병가를 냈으니 연차수당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초과근무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그의 강한 노동강도는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양 씨는 야근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IT산업노조가 진보신당과 함께 지난 4월 6일부터 15일까지 IT노동자 166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연간 평균 3000시간의 노동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68)에 비해 무려 1232시간을 더 일했다.
이에 반해 야근, 특근 수당이 법대로 지급되거나 대체 휴가가 주어지는 경우는 2.3%, 2.5%에 그쳤다. 95%를 넘는 절대 다수의 IT노동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셈이다. IT노동자의 82.2%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79.2%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으면서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공학도로서 자긍심은커녕, 인간적인 삶을 꾸려가기도 버거운 게 'IT강국'을 외치는 한국의 현실이다.
▲개발자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 '데브피아'의 고충상담 게시판. 주로 야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거나, 이직을 문의하는 글이 많다. ⓒ프레시안
대기업은 고참, 중소기업은 신참
개발자들이 이처럼 중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로 무엇보다 IT업계에 뿌리깊게 박힌 '갑을 관계'를 들 수 있다. '갑을병정 중 우리는 (무기경)신'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은 중소업체 개발자들 사이에선 일상화된 얘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력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전향한 손경식(40, 가명) 씨는 얼마 전 한 대형 전자기업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프로그램을 짜다가 주문 형식이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 다 뜯어고쳐야 돼요.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죠. 이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처음 받은 오더는 구글메일과 사내메일만 적용하는 이메일 시스템이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갑자기 '월요일까지 야후메일도 기능하도록 해달라'고 새 업무를 추가시키더라고요. 이러면 기존 프레임 자체를 다 바꿔야 하니 시일이 훨씬 늘어나요.
당연히 난리가 났죠. 결국 전원이 주말 밤을 꼴딱 샜어요. 월요일에 고객이 와서 결과물을 보더니 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쪼니까 되네.' 이러더라고요. 군대죠."
손 씨가 안정된 정규직을 포기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유는 어차피 이런 현실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주로 정부기관이거나 대기업인 고객은 항상 하청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경쟁자는 많으니 하청업체는 가격과 개발기간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손 씨가 지난 2005년 다니던 스마트폰 부품 개발 업체가 대기업의 발주를 받을 때였다. 하도급 업체 10여 곳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자 발주자는 110만 원이던 단위당 원가를 70만 원으로 떨어뜨렸다. 인건비를 계산하면 원가만도 못한 프로젝트였지만, 손 씨의 회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해서 대기업과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계약서라도 쓰고 시작하면 다행이다. 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프로젝트가 취소되면, 회사는 그야말로 앉아서 손가락만 빠는 상황이 온다.
당연히 작은 회사로 갈수록 개발자는 저임금과 중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차라리 프리랜서로 전향해 실력을 인정받으면 돈이라도 많이 벌 수 있다.
"이 바닥의 맨 밑은 말로 못해요. 막내 개발자들이 만날 바뀌어요. 20대 백수가 넘쳐나니까, 월급 90만 원 준다고 해도 엄청나게 몰리거든요. 그러니 학원에 서 몇 개월 속성으로 배워서 온 애들 데려다가 부려먹고, 그러다 보면 애들이 질려서 나가요. 그리고 새 프로젝트를 받으면 또 직원 새로 뽑아서 시키고, 나머지는 또 나가고…. 이 바닥 돌아가는 게 건설업계 하도급 구조랑 똑같아요."
그나마 말만 프리랜서지, 여전히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취급받는다. 개발일정은 발주자가 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간제 단기계약직인 셈이다.
" 한번은 거의 4개월간 '베타버전 출시→테스트→릴리즈 버전 출시' 과정을 수행하기도 했어요. 매일 밤 9시 30분부터 1차 릴리즈를 내놓으면 대기하던 발주자가 곧바로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버그리스트를 제시해요. 그러면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가 새벽 4시부터 2차 릴리즈 프로그램 작업을 해요. 그러면 또 체크하고…. 집에 못 가죠. 잠도 못 자고. 이 일을 4개월 동안 했어요. 결국 개발자 하나는 사우나 간다고 하고 그대로 도망가버리더라고요. 이런 일이 아이폰이 나온 다음부터 더 심해졌어요. 무리해서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게 일종의 관행이에요."
정부 대책은 없나
IT업계의 수직 하도급화 문제는 어제오늘 거론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당시 외환위기 타개책으로 정부가 IT인력을 대거 육성하고, 이들이 업계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하도급 구조가 정착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처음 뿌리가 잘못 박혔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당시 대책은 대기업의 독점적 발주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공공기관이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일정액 이하의 사업은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부부터 지키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개별 프로젝트를 몽땅 모아서 대규모로 만든 다음, 대기업이 입찰하도록 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중소 개발업체는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연구소, NHN 등 일부 IT업체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하도급 구조 하에서는 지속적인 해답이 될 수 없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발주물량을 받으면서 프로그램 소스 등 원천기술까지 요구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IT부문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한국에서도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특히 개발자에 대한 보상을 언급해 이 부문 대책이 기대됐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후속조치로 내놓은 소프트웨어 인재육성사업 세부추진계획은 실망스러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SW마에스트로'는 고교, 대학(원)의 우수학생 100명을 선발해 관문별 탈락제를 거친 최종 10명의 최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인데, 전형적인 승자독식형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많았다. IT산업노조 관계자는 "누리꾼들이 '태릉 개발자촌을 만들 기세'라고 비꼬는데, 정부는 이런 개발자들의 분노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안은 지난 2008년말 실시된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다. 실력있는 개발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해 발주자가 수주자(하청업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기술자는 자신의 경력을 증명하는 기술 경력증을 소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개발자의 임금을 더 깎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손 씨는 정부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자격증을 받으려면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경력을 인정해주는 자료를 받아야 돼요. 그런데 이 바닥이, 워낙 많은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대부분 회사가 5년을 못 버티고 망해요. 저도 여섯 군데를 옮겼어요. 이전 직장에서 경력을 증명받을 길이 없어지니까, 제 경력이 13년인데도 5년차로밖에 인정 못 받아요. 돈도 당연히 그 경력에 맞춰서 받죠. 기업들이 이 제도를 개발자 몸값 후려치는 수단으로 써요."
실제 지난 5월 개발자들의 포털 '데브멘토'가 오케이제이에스피(OK JSP), 자바서비스넷, 안드로이드펍 등 주요 IT 커뮤니티의 개발자 회원 3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6.8%가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티맥스소프트는 '순수 국내 기술의 PC용 OS'라는 '티맥스 윈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OS는 개발자들 사이에 기술력 논란을 낳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한국 현실에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가 자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시스
출발은 '노동자성' 인식…"노조 위원장이 노조활동 할 여건이 안 돼요"
왜 개발자들을 비롯한 IT업계 노동자들은 스스로 나서 이런 현실을 바꾸려하지 않는 것일까. 본지가 만난 많은 개발자들은 하나 같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IT산업노조 위원장은 IT노조의 현실을 개탄했다.
"노조에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정작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아요. '당신 노동자요'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기분 나빠해요. 공장 생산직이 노동자지, 자기 같은 전문가가 왜 노동자냐는 거죠. 그러니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노조위원장이 노조활동만 할 여건이 안 돼요."
노 조가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현실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조의 힘이 미약하다. 당연히 세태 개선을 위한 단체협상을 주도할 수도, 고용주에게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할수도, 정부를 상대로 실력행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모두가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달라'고 요구는 하지만, 이를 개선해줄 이는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현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시각도 있다. 시스코의 최 씨는 "한국의 대학 관련학과에서 인재가 배출되기 시작한 게 이제 30년 남짓인데, 미국이나 유럽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직은 상당수 IT업계 경영진이 과거 굴뚝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앞으로 문제를 깨닫고 서서히 이를 개선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산업구조가 보다 선진화되리라는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도 많았다. 프리랜서 손 씨는 "이미 단단해진 하도급 구조가 바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IT업계의 폐해가 다른 산업에도 확산될 것"이라며 "개발자들이 집단으로 이 같은 현실을 거부할 수 있어야 환경이 바뀐다"고 했다.
IT업계의 비참한 현실은 이미 공대생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공대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공대생이 고시 준비를 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절망적인 구조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IT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실력을 갖춘 개발자는 손 씨의 경우처럼 훨씬 좋은 대우를 받는 해외로 진출하고,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세운 회사(유리시스템)를 10억 달러에 루슨트테크놀로지에 매각해 화제를 모은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의 사례는 한국이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는 게 개발자들의 회의섞인 주장이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한 대기업 납품업체 직원이 블로그에 남긴 글 '하청업체의 입장에서 바라본 애플과 삼성'은 한국 IT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왜 한국 IT산업의 미래가 어두운지, 왜 한국의 IT업체 개발자들이 신음할 수밖에 없는가를 애플과 협력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그토록 대기업에 강조하는 '상생의 길'은 곧 '상식의 길'이었다. 한국의 IT업계에서 아직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이대희 기자
이런 글도 이젠 프레시안에 실린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 건가... 아니면 10년째 세상은 변함없이 안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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