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주변 반경 100마일 이내에 공격 갈 만한 또라이(?)가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어제 밤에 드디어 한 녀석이 꼬리를 쳤다. Gubug kecil의 X ONE이라는 녀석, 일명 거북이 깝죽이.
(Gubug을 뭐라고 읽어야 할까, 거북이? ㅎㅎㅎ)
자기 수도성으로 오란다. 지난 번에도 한두 번 그러더니... 도발하는 재미 붙였나?
보통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그냥 쌩까는데,
술도 살짝 한잔 걸쳤겠다, 가족들도 없고, 또 금요일 밤이라 부담도 없고 해서 응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한테만 그러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저기 동맹으로 보낸 메시지였나 보다.
본캐 동맹 수장도 유사한 내용의 도발 메시지를 받았단다.
이렇게.
아무튼, 뭘 어떻게 준비하고 있길래 저리 선뜻 도발질인지 확인 차 일단 첩자를 보내 봤다.
274마일. 보병으로 28분 정도.
혼자 공격을 가기엔 애매한 거리... 미접속 유저면 마음껏 가겠지만,
활동 유저면 공격을 감지하고 피하든가 지원 요청으로 방어하기에 충분한 시간... 뭐, 시간만 볼 때 말이다.
두 번에 걸친 전멸로 공격 병력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뭐, 혼자 갈 수도 없지만.
처음에는 공격 오는 것을 알고 방어하기로 한 모양인지 부대 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대 수가 확 감소.
아마 공격 부대가 계속 많아지는 것을 보고 철수를 하려고 했겠지...
그런데, 그게 아마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버그 때문에.
공격 부대 숫자가 대략 30개가 넘어가면 공격 오고 있는 부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에 주둔 중인 지원 부대도 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전체 부대 숫자도 알 수 없고 회군도 불가능.
결국 각자 자기 병력을 자기가 직접 철수시켜야 하는데,
주둔하고 있던 유저들이 모두 접속하고 있지도 않았을 테니 그것도 불가능.
한마디로, 우왕좌왕했을 게다.
공격 시각은 점점 다가오는데 빼야 할 지 막아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우리처럼 라인 메신저 같은 것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면 막자, 빼자 의견도 분주하게 오가지 않았을까?
위 첩보 결과는 그런 상황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무튼,
전투 개시 시각이 거의 다 되어감에도 보호막을 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면! 내친 김에 확실한 승리를 위해 오버궁들도 막 투입하기 시작했다.
나도 두 번 전멸하고도 아직까지 그나마 건재한 오버궁 한 부대 긴급 투입.
결국 전투는 예정된 시각에 시작되었고...
(아, 서버시간 기준으로 맞추려고 탭하다가 손이 삐끗 미끄러져서 내 보병 1부대가 약 2분 정도 일찍 출발했는데,
자르기 방지(자방) 부대가 있는 관계로 대세에 큰 지장 없게 전투는 벌어졌다.
만약 자방이 없었다면 내가 스스로 자르기를 시전하여 아군 부대를 궤멸시키게 만드는 웃기는 꼴이 될 뻔 했지만,
역시 전투에 이골이 난 우리 동맹원들이라 이런 일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손발이 잘 맞는다.)
전투 결과는... 아주 손쉽게 격파. 아군 피해는 보병 11만 수준.
적들 대부분 방어하는 시늉만 한 것 같다. 첩질할 때까지만 해도 주둔하고 있던 오버 병력은 대부분 철수하고
정규 부대 위주로, 그것도 일부 병력만 넣어서 마지못해 전투에 참여한 듯한 느낌.
보호막을 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줄 만 하지만,
저런 식으로 방어할 거라면 애초에 뭣하러 도발질을 했을까? 한심...
그냥 주말을 맞아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많고 해서 시시껄렁하게 깝죽댄 것뿐? 에라이 깝죽이같으니.
그래 놓고, 또 하는 얘기가...
이런다.
뭘? 내일 또 뭘?
이걸 또 받아줘, 말아?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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