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돌베개 (2023.06; 구글 북스)

- 유시민 지음

- "역사ㆍ정치ㆍ경제ㆍ글쓰기ㆍ여행 등 인문학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 유시민이 과학을 소재로 쓴 첫 책이다. 유시민에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과학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새롭게 해석”했다.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ㆍ통섭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과학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로 배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과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온전한 공부를 하기 위해 인문학과 함께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회한의 감정을 실어 말한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 인문학이 맞닥뜨린 위기와 한계를 뚫고 나아가려면 과학의 성취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진다." (책 소개글)

- 운명적 문과라... 이과 1등급 출신인 나도 비슷하긴 했다. 전과목 중에 수학이 가장 어려웠고 가장 오답이 많았다. 다른 과목 마이너스 점수 다 합해도 수학 마이너스 점수만큼이 안됐으니까. 나중에 돌이켜보니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풀려던 내가 멍청했다. 그러니 늘 시간이 모자랐고, 잘 풀어 가다가 결정적인 대목에서 턱턱 막혀 답을 못낸 경우가 많았다. 입시 수학은 그저 "암기과목"이었을 뿐인데.

- 유시민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는 나보다 오히려 더 수학을 잘했던 모양이다. 수학이 암기과목인 걸 이미 깨닫고 서울대에 들어갈 만큼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하니. 나도 설마 운명적 문과였는데 운명을 어기고 이과로 진학한 실패 케이스였을까?

- 유명한 다독 작가답게 과학책, 과학자에 대한 지식도 방대하게 수집해서 머리속에 넣었다는 사실은 잘 보인다. 나 이만큼이나 많이 안다, 라는 은근 자랑같기도 하고... 알쓸신잡을 통해 김상욱 교수 같은 사람과 인맥을 만들지 않았다면 과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제 어디가서 과학에 대해서도 충분히 썰 풀 수 있을 것 같은?

- 이과 출신에 IT 개발 직종에 근무하는 나로서도 양자역학이나 우주론 같은 건 전혀 관심밖의 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인문학자인 작가보다도 훨씬 더 모르는 내용이 많고(심지어 대학 전공이었던 화학 분야에서마저도),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긴 했지만, 좀 더 깊이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부끄럽거나 스스로 '바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는다... 쓸 일도, 접할 기회도 없는 양자역학이니 상대성 원리니 진정한 수학이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니 하는 것들은 어차피, 여전히 내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을테니까. 이렇게 내 뇌리를 그저 스쳐 지나가면 잊혀질 뿐.

- 인문학도를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침서 내지 가이드북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될 만한 책으로 보인다. 내용이 괜찮은 게 많아 한번 정도는 더 두고 읽을 만 하다 싶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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