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창작과비평사 (2001.10)

 

- 김중미 지음

 

- "어린이 책으로 분류는 되어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읽어도 참 좋은 책들이 있다. 스테디 셀러인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본래 두 권으로 된 어린용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성인용 판본을 만들어 달라는 방송국의 요청에 의해 양장본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양장본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이런 기획 아래 나온 책이어서, 판형이 좀 작고 삽화도 조금 줄었다. 은은한 표지에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참 예쁜 책이다. 그러나 모양은 달라져도 작품이 지닌 감동이야 어디 가겠는가. 작가의 진한 체험이 밴 문체속에, 인천 만석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온 몸으로 삶을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두고 두고 독자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이 작품의 배경인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이다. 6.25 전쟁 직후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이 동네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다. 작가 김중미씨는 1987년부터 괭이부리말에서 살며 지역운동을 해왔고, 지금은 그곳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인 숙자와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가난한 달동네의 구석구석을 착실하게 그려 나갔다.

숙자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오토바이로 교통사고를 낸 뒤 빚을 잔뜩 진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가버린 것이다. 숙자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 친구들의 어머니처럼 자기 어머니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마음속으로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나 엄마 없어두 돼"하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는 모습이 코끝을 시리게 한다. 쌍둥이지만 성격이 판이한 동생 숙희를 어르는 모습이나, 친구인 동준이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모습이 마치 '몽실 언니'가 이 시대에 다시 나타난 듯하다.

동수와 동준이 형제의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일찌감치 집을 나갔다.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형 동수는 친구 명환이와 함께 본드 흡입과 폭력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한편, 이 아이들을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거두어주는 '영호 삼촌'은 괭이부리말에서 고생고생하며 집 한칸 마련한 뒤 자궁암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우연히 본드에 취한 동수와 명환이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동수의 동생인 동준이의 친구 숙자와 숙희도 자연스럽게 영호의 집에 들락거리게 되고, 영호와 괭이부리말에서 함께 초등학교를 나온 숙자네 담임 김명희 선생님도 영호의 부탁으로 동수의 상담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게 된다.

김명희 선생님과 영호의 노력 못지않게 가슴 뭉클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성장해나간다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희망도 의지도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동수와 명환이 같은 아이도 나름대로 꿈이 있다. 꼬박꼬박 월급 받을 수 있는 기술자가 되는 것,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픈 욕망이 왠지 시시하게 보이는 세상에서 이같은 동수와 명환이의 꿈은 오히려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가출했던 숙자네 어머니는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돌아왔으나 숙자와 숙희 자매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는다.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어내는 가운데 어느덧 숙자네 집에서는 새해 첫날 아기가 태어나고, 동수는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명환이는 제빵 기술을 배우기로 하고, 김명희 선생님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괭이부리말로 다시 돌아와 아이들 곁에, 괭이부리말 사람들 곁에 남기로 한다. 한편, 영호 삼촌네 집에는 일본으로 돈 벌러 떠난다며 누군가가 맡기고 간 아이 호용이도 함께 살게 된다.

작가의 체험이 절절히 묻어나는 소박하고 진솔한 문체 속에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일상과 믿음직한 아이들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 아이들을 한번 쯤 돌아봐 주는 것, 그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일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숙제가 될 것이다.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수차례에 걸친 취재 끝에 꼼꼼하게 괭이부리말의 풍경을 재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송진헌씨의 그림 또한 이 책의 빛나는 부분이다. 거친 듯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묻어나는 연필선으로 표현한 주인공들과 괭이부리말 주변 풍경은, 아무래도 이러한 풍광에는 익숙하지 못할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사춘기 무렵 아이들의 절실한 고민, 성장기에 겪는 갖가지 갈등과 좌절 또한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들을 위한 훌륭한 읽을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스24 제공]"

 

- 책소개글이 너무 잘 돼 있어 따로 내용을 정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장편소설이라기에는 생각보다 좀 짧은 내용인데, 80~90년대 도시빈민운동에 투신해 운동을 하던 운동가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나는 소설이다.

 

- 도시빈민들의 삶 속에서 더 이상 빈민이 아니어도 될 인물들이 그들과 서서히 동화되어 "우리"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을 얻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호"다. 그리고 "명희"다.

 

- 10대 초반 이전 아이들-"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소설은 절대 아닌 듯 하다. 요즘 아이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은가? 도시 빈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좌절과 희망을 이해할 만큼? 그렇다면 내가 아이들을 너무 수준 낮게 보고 있는 것일 게다. 내용 자체가 30대 이상이 읽어야만 책 내용 전체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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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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